대리구장 강론

2016. 5. 10. 부활 제7주간 화요일(대리구 미사)

① 사도 20,17-27                   ㉥ 요한 17,1-11ㄴ.

 

           Quella voce(성령의 목소리)

 

 

!!, 지난 주간에는 교구 사제년피정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5월은 4차례에 걸쳐 교구 사제년피정이 순차적으로 있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피정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 오늘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오늘 제 1독서 사도20장은 바오로사도의 고별사입니다. 제 3차전도 여행을 마치면서, 바오로 사도는 마지막으로 에페소 원로들과 만납니다. 요사이 본당사제와 같은 이 원로들을 만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면서, 일종의 유언을 남기는 것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서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가슴 아픈 이별에서 바오로는 아름다운 고별사를 합니다.

 

오늘 요한17장도 역시 주님의 고별사입니다. 이 고별사는 특별하기 때문에 주님의 대사제기도라고 합니다. 십자가 죽음을 이제 눈앞에 두고 있는 주님께서는 마지막으로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기도를 바칩니다. 제자들과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하느님 아버지께 간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독서와 복음을 들으면서 어떤 말씀을 선택해서 묵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음 주일이 성령강림대축일이기 때문에 오늘 사도20장에 나오는 성령에 대한 대목을 묵상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원로들에게 고별사를 하면서 당신 일생에 걸쳐 하신 성령체험을 말합니다. 이 성령체험은 당신의 전도여행을 성령께서 어떻게 인도하시고 힘을 주셨는지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나는 모릅니다. 다만 투옥과 환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성령께서 내가 가는 고을에서마다 일러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복음을 전하면서 체험하신 성령은 기쁨과 평화를 주는 성령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도여행 중에 겪는 온갖 고통과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그 십자가의 길을 걷을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는 성령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렇다면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라고 질문하게 됩니다. 성령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기쁨의 영이신데,, 어떻게 십자가의 길로 인도하시고, 그 길을 걷게 하시는 분이신가 하는 것입니다.

 

성령은 성삼위의 세 번째 위격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모습은 항상 신비에 싸여있습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성령은 바람과 불, 그리고 물의 모습으로 나타나십니다. 성령은 하느님 생명의 힘이요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지난주일 주님승천대축일 복음,, 루가24장에서 승천하시는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라고 하셨습니다. 이 복음에서 ‘높은데서 오는 힘, 능력’이 바로 성령입니다.

 

이 성령은 당신의 고유한 이름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성령을 ‘미지의 하느님’, ‘알려지지 않은 하느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창조의 첫순간부터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는 진흙을 빚어 만든 사람의 콧구멍에 숨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사람은 숨을 쉬게 되어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하느님의 생명력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이 성령은 주님승천 후, 성령강림때 충만히 내렸습니다. 다음주일 성령강림 제 1독서 사도2장을 보면, 성령께서 바람과 불의 모습으로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습니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성령이 오심으로써 신약의 교회, 신약의 하느님 백성이 탄생된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령이 하시는 일은 거룩하게 하는 일, 즉 성화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주님을 통하여 그분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구원자이십니다.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인간의 구원자이십니다. 그리고 성령은 성화자. 거룩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성화자 성령께서 하시는 첫 번째 일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쏟아주시는 것입니다. 로마 5,5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다.”고 합니다. 로마 8,15은 성령께서 쏟아주시는 바로 이 사랑으로 우리는 하느님을 압바,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따라서 성령께서는 마태 5,45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라고 하시는 하느님의 무한하시고, 조건없는 사랑을 우리 영혼 안에 쏟아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쏟아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예수님을 통하여 이 세상에, 우리에게 왔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하여 성취된 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성령께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요한 16,26의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라는 복음처럼,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마치 만개된 꽃처럼 활짝 피어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쏟아주시어 우리에게 예수님을 우리 삶의 주님으로 모시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의 힘으로 “예수님은 주님이시다.”(1코린 12,3)라고 고백합니다.

 

 

따라서 하느님 사랑과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이런 성령의 내적인 가르침은 특히 기도를 통하여 듣게 됩니다. 로마8,26의 “형제 여러분,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라는 말씀처럼, 성령은 기도를 통하여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합니다. 이 때문에 기도가 중요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성령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그 결과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뜻을 실천할 용기와 지혜까지 주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도와 성령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성령의 인도를 받는다는 것은 기도에 충실하다는 뜻입니다.

성령의 목소릴 듣게 하는 중요한 기도는 미사입니다. 우리는 미사 중에 선포되는 주님의 말씀과 강론을 통하여 하느님백성에게 원하시는 성령의 목소리를 확실히 듣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함으로써 말씀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믿음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오늘 성령께서 바오로 사도께서 하신 말씀의 핵심을 깨닫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바오로 사도에게 어떤 도시에 들어가든지 고통이 기다린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신앙생활의 핵심이 십자가 길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성령께서 십자가를 지고 갈 힘과 용기를 준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앙생활은 내 힘으로, 인간적인 노력으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성령의 힘으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 십자가의 길 바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참된 사랑의 길임을 알게 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믿음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성령의 힘으로 고통과 희생도 불사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면, 성령이 더욱 우리에게 명료하게 말씀하시고 힘차게 인도하십니다. 십자가의 길, 그 사랑의 길을 성령의 힘으로 걷게 되면 성령께서 마치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옴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입니다. 갈라 5,22는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라고 합니다. 이 성령의 열매는 사랑의 열매이며 부활의 은총입니다. 또한 사랑을 실천한 신앙체험이기도 합니다. 성령의 열매가 있는 신앙체험이 바로 주님부활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부활체험을 하게 하시는 성령이 바로 참된 평화와 기쁨의 영이 되십니다.

이렇게 기쁨과 평화의 성령을 체험하면 할수록, 성령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자라게 하여 태산과 같은 믿음이 되게 합니다. 이 성령을 인자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매일 보내주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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