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81호 2018.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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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사순 시기에 특히 회개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회개가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묻습니다. 회개의 보다 깊은 의미가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jubo@catb.kr
어느 글에서 회개는‘하느님에게 속한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일’이라고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세 단어로 회개가 무엇인지를 잘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심오한 신학적 차원 또한 담고 있어 감명이 깊었습니다. 이 문장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실상 엄밀히 따져보면 내 것이라 우기는 모두는 공짜로 거저 받은(마태 10,8) 것에 불과합니다. 진짜 내 것이라면 처음부터 내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나’부터 처음에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내 생명조차도 나의 공로와는 무관하게 그냥 주어진 것이지요. 재산도 잠시 내가 맡고 있는 것이고, 자녀도 사는 동안 내게 맡겨진 선물일 뿐입니다. 쉽지야 않겠지만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훨씬 더 자유로울 것도 같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것을 원주인에게 되돌릴 때 하느님의 자리가 다시 만들어집니다. 그 자리는 창조 때부터 있었고, 우리 삶에도 처음부터 있었던 자리이지만, 우리가 빼앗아 지금은 없어져 버린 자리입니다. 이 하느님 자리가 다시 회복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기쁨과 여유, 평화가 있기 때문입니다.‘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는 복음의 명령은 우리 삶 속에 바로 이 자리를 복구시키라는 간곡한 요청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