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81호 2018.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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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공복자 유스티나 |
작은 관심, 큰 행복
공복자 유스티나 / 개금성당, 시인 kongbog@hanmail.net
우연한 기회에 동 주민센터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소외계층을 방문하여 힘든 상황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방문한 그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구석진 골목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습니다. 환기가 안되고 청소도 하지 않아서 냄새가 코를 찡그리게 했습니다. 눈병이 있으신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셨습니다.
그런 사정을 상담하고 방문하여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만들어 드리며 아들에게도 전화를 하였습니다. 아들은‘사업이 힘들어 아버지를 등한시하였다.’며 부끄러워 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관심이 쏠리니 아들도 아버지 집을 자주 온다고 합니다.
이후로 할아버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겨울 내복을 입고 있던 모습에서 옷도 계절에 맞게 갈아입고, 눈도 깨끗해지고 웃는 모습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사람은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달라지나 봅니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방문하고 보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세례를 받고 시간이 지나니 주님과의 대화도 무뎌지고 감사도 무뎌져 주님이 내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축복 속에서 살아가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부산진역 광장 무료급식소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밥 한 공기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주며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들 중에는 앳된 모습을 한 중고등학생들도 보였습니다.
그들은 밥 한 공기 먹으러 오는 노숙자들에게 천사와 같이 환한 얼굴로 상냥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얼마나 이쁜지요. 봉사는 결코 물질만이 아니고, 인사만으로도 선행을 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봉사하러 오신 레지오단원 한 분의‘봉사는 남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기쁨과 보람을 찾는 일입니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은 매스컴에 보이는 화려한 삶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밥 한 공기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외된 곳에 드러나지 않게 봉사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성주간에, 저 살기 바빠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웃에게, 형제에게, 부모에게 문자 말고 안부 전화 한 통화라도 걸어보아야겠습니다. 따뜻한 전화 한 통이 큰 행복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밝게 하는데 한 몫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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