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전을 허물어라

가톨릭부산 2018.02.28 10:18 조회 수 : 182

호수 2478호 2018.03.04 
글쓴이 김종엽 신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김종엽 신부 / 정관성당 주임

  오늘 복음의 주제는 성전정화사건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예수님께서는“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시며 호통을 치십니다.
  유다인들은 해마다 과월절이 되면, 누구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성전에 희생제물을 바쳐야 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예루살렘 밖 혹은 아예 외국에서 온 이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전 안은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장사치들도 함께 모여들었고, 성전 책임자에게 뒷돈을 주고 좋은 자리를 얻거나, 환전 업무를 독점함으로써 큰돈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성전 안팎은 기도소리보다 물건을 사고파는, 한마디로 시장터로 변해버립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화내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화내신 이유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허물어라고 하신 성전은, 그리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우시겠다던 성전은 당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고, 송구스럽게도 우리 모두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즉 흉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성전은,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몸이었고 비뚤어진 마음, 우리들의 잘못된 신앙생활이었던 것입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기도의 지향이 주로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봐도 우리 역시 세속적인 바람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 기도가 주로 그런 것이었고, 만일 그것을 이미 얻었다면 더 이상 기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기도하고 신앙 생활하는 건, 아직도 그것들을 완전히 얻지 못한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얻지 못했기에 그것을 원하면서 이어져 온 시간들...
  그렇다면 내 신앙은 그동안 무지개를 좇듯,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헛된 시간들이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설령 그렇게 보인다해도 이 모든 것, 우리의 기도와 지향이 바뀌면, 내 가치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모두 해결될 일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제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다시 세우시겠다는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어느덧 사순 시기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달리, 감히 주님의 길을 함께 걸으려는 우리들입니다. 그러기 위해 세상을 닮은 우리 성전, 허물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이들 위에 주님께서는 참으로 아름다운 성전을 세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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