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24호 2015.0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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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알코올에 빠졌다가 회복 중인 사람입니다.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제 삶도 다시 부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술에 찌든 이 육신을 다시 갖고 싶지 않고, 그때의 기억도 모두 지우고 싶습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어린 시절에 제가 상상했던 부활은 완벽하고 완전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부족함이 완전히 채워져서 완벽해지고, 삶의 모든 어두운 부분이 사라져 더는 부끄럽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은 완전한 삶이 부활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면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손과 옆구리의 상처를 보이셨다는 대목에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대로라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모든 상처가 사라져 완벽해지는 것인데,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죽음의 흔적인 그 상처로 부활의 증거로 삼으셨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죄가 있고, 고통이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부활은 그 모든 것이 사라져서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바뀌는 것입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듯이, 내가 가진 상처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게 합니다. 내 죄가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나를 겸손하게 하고, 다른 이의 죄를 용서하게 합니다. 상처의 의미가 바뀌어 이웃을 사랑하게 하고, 죄의 의미가 바뀌어 용서의 삶을 살게 합니다.
예전에 형제님이 술로 인해 지은 죄가 부끄럽고, 그것이 상처가 되어 괴로우시겠지만, 이제는 그 상처로 새로운 삶을 사시기를 빕니다. 형제님의 상처를 통해 지금도 술로 힘들어하고 있는 다른 이에게 다가가 함께하며 위로하고, 그들의 회복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역시 부활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