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22호 2015.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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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미사 전에 기도하려고 일찍 성당에 가면 시끄럽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마음 속에 화가 치밀어 올라 미사 내내 분심이 듭니다. 식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봐도 화가 납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저의 이런 모습을 갑갑해 합니다. 제가 잘못된 걸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어느 신학자는 진리는 교향곡과 같다고 말합니다. 교향곡에 여러 가지 악기가 나오지만 저마다의 역할이 있습니다. 가락에도 강조할 주제부가 있고, 도와주는 보조부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조화를 이루어야 한 곡의 멋있는 교향곡이 완성됩니다. 모든 악기가 다 자신만 연주하려고 하고, 모든 가락을 다 강조하거나, 주제부를 무시하고 보조부를 강조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체 교향곡은 망치게 됩니다. 성당에서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것,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등은 우리가 지켜야 할 덕목입니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미사 참례 내내 분심에 빠지고, 세상이 무너진 듯 호들갑을 떤다면, 교향곡과 같은 전체 진리에서 강조점을 두는 데에 실패한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작은 율법이라도 무시하는 사람은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5, 17~20 참조) 그것은 사소한 율법 조항도 크게 부풀려 지키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양극단에 빠집니다. 진리의 조각을 아예 무시하거나, 대단한 것으로 부풀려 버립니다. 모든 것은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무시하지 않고, 합당한 자리에 맞게 지키는 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자세이며 우리가 해야 할 수련입니다. 예수님이 강조하신 사랑이라는 최고의 덕목 아래 다른 덕목들도 제자리를 찾아가 우주 전체가 아름다운 하느님의 교향곡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