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09호 2015.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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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사는 게 너무 바쁜 저에게 신앙은 또 하나의 부담입니다. 안 그래도 바쁘고 힘든 삶인데 성당에 오면 열심히 기도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해 죄책감이 들고, 성당 안에서 하게 되는 활동들에서도 부담을 느낍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부지런히 사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처럼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은 죄이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생각하는 것은 게으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새해 결심은 열심히 사는 것,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되고, 신앙생활에 대한 목표 역시 기도를 열심히 하고, 활동을 부지런히 하는 것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쉬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을 넘어 여유를 가지고 쉬지 못하는 것은‘불안’때문입니다. 그리고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신앙의 반대인‘불신’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느님이 나를 도와주신다는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마저 자꾸 불안해지는 이유도 바로 믿음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이고, 그 하느님이 나를 이끌어주시기에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입니다. 꼭 내가 지금 생각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더라도…, 꼭 내가 계획한 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이끌고 계시고, 하느님의 계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삶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기도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기도를‘정성’이라 생각하여 천지신명께 정성을 표현해야 내 기도를 들어준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하느님과 대화하기 위해 바쁜 삶에서 잠시 멈추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듣는‘시간’이고‘태도’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의 신앙이 삶의 진정한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