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02호 2014.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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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미사 등 천주교의 전례는 정말 지루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습니다. 천주교 예식에 언제나 반복되는 형식적인 것은 버리고,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을 더 한다면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천주교에 오지 않을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을 위해 미사를 좀 더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만들려는 사목적인 노력들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와 같이 반복되는 예식이 형식적, 허례허식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인류 역사 안에서 예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내용과 형식은 달라지더라도 늘 인간 사회에 존재해 왔고, 인간은 삶의 중요한 순간을 예식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우리 인간은 바로 예식(ritual)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이끌어 가는 들숨, 날숨과 심장의 박동은 매일 일정하게 규칙적으로 반복됩니다. 우리의 숨과 박동이 일정한 반복을 벗어나 불규칙하다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신호입니다. 반복되는 예식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숨과 심장의 박동같이 우리에게 안정된 삶의 의미의 기반을 제공해 줍니다. 한때 매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벤트로 아내를 즐겁게 해주는 남편이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은 변화무쌍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일상의 반복되는 식사와 만남이 가족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일상의 식사의 모습으로 파스카의 신비를 기념하는 성찬례(미사)를 만드셨던 것입니다.(루카 22, 14∼20) 흥미롭고, 감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종교 행사나 이벤트만 다니는 신자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미사는 우리 신앙인에게 일상의 밥과 같습니다. 매일 밥 안 먹고 보약만 먹어 보세요. 몸이 어떻게 되는가? 건강의 조건은 매일 평범한 밥을 잘 먹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