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77호 2018.02.25 
글쓴이 변미정 모니카 

세상 사람들도 꿰뚫어 보고 있겠지요
 

변미정 모니카 / 초량성당,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교회 소식,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남모르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성직자, 교우들 기사나, 언제나 가난한 이들 편에서 말씀하며 세상의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교황님 소식은 참으로 반갑기도 하고 신자로서 뿌듯한 자긍심도 느낍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 혹은 관련 단체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소식은 그 죄를 같이 지은 것 마냥 마음이 힘들기도 하지요.
  지난달 보도된 두 기사를 접하는 제 마음은 참으로 복잡했습니다.
  오랜 진통 끝에 KTX 해고승무원에게 짊어지워졌던‘부당이득금’이라 불린 환수금 문제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님을 포함한 종교계의 중재안을 KTX 해고승무원과 철도공사가 수용하였고, 법원이 이를 토대로 조정 결정 권고를 내렸습니다. 3년 전 감당할 수 없는 환수금 때문에 세 살 난 딸 아이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 한 여승무원의 아픈 기억도 되살아났지만 어쨌든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임금반환 소송이 끝난 게 얼마나 반가운 기사였는지요. 그리고, 사회적 갈등 속에 중요한 중재 역할을 한 종교계가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노사문제에서 노조원을 상대로 교회(단체)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 교회가 패소했다는 기사는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손배, 가압류’는 2000년대 들어 노동탄압 수단으로 사용자들에 의해 악용되어 왔고, 가톨릭교회는 다른 이의 노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손배, 가압류라는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사회교리를 통해 가르쳐왔기 때문입니다. 교회 밖 노동문제와 교회 안 노동문제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가 어떠한지 스스로 돌아볼 수밖에 없는 기사였습니다.
  지난 사제서품식에서 황철수 주교님 말씀이 참으로 와 닿았습니다. 신부의 본질은 오로지‘그리스도를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에 있고 그것을‘교우님들이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은 노동사목을 하며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저에게는‘교회는 즉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에 있고‘그것을 세상 사람들은 꿰뚫어 봅니다.’라는 아프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말씀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거룩함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할지라도 세상과 교회 내의 부당함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그리스도를 잘 드러내고 있는가를 세상 사람들도 꿰뚫어 보고 있겠지요.

호수 제목 글쓴이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2880호 2025. 7. 27  나도 그들처럼 그렇게 걸으리라. 도명수 안젤라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