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87호 2014.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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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만나게 되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싫고, 무기력함 때문에 기도 조차하기 힘이 듭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무기력함을 느끼는 순간은 비참하고 괴로운 일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실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주는 은총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내가 계획하고 희망하는 대로 삶이 흘러갈 것처럼 생각하지만, 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신체 장기 그 어느 것도 순수한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옵니다. 슬프지만 사실 그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진실입니다. 하지만 이 무기력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청할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거센 파도와 바람 앞에서야 비로소 제자들은 배 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청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자 예수님을 찾고, 그분의 힘을 청합니다. 믿음은 나를 보다 완전하고 힘 있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하느님의 힘을 느끼게 해 줍니다. 형제님에게 지금이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