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8. 02. 19. 사순 제1주간 월요일(대리구미사)
① 레위 19,1-2.11-18            ㉥ 마태 25,31-46
 
                   말씀의 첫 번째 효과 – 우리의 죽음
 
!!. 지난 수요일에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라는 말씀으로 머리에 재를 받았습니다. 이 말씀으로 받는 재는 심오한 신앙의 진리를 말해줍니다. 우리인간은 본래 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본래 허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재를 뿌리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 바로 허무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이 허무한 우리인간에게 하느님만이 전부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님까지 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바로 우리의 전부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성요한이 말한대로 하느님과의 가장 올바른 관계는 우리가 무가 되고, 하느님이 우리의 전부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올바른 관계를 재뿌리는 예식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재의 예식은 하느님은 전부이시고, 우리는 허무임을 고백하는 신앙의 행위입니다. 우리인간의 전부이신 하느님은 허무인 우리를 조건없이 무한히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렇게해서 사순절은 우리의 전부이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사순절은 주님 부활을 준비하는 은혜로운 때가 되는 것입니다.
 
!!, 지난번에 이어 말씀에 대한 묵상을 계속합니다. 지난번에는 말씀의 핵심은 사랑임을 묵상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주님의 모든 말씀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모든 말씀은 각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여러 각도로 하느님사랑을 계시합니다. 또한 그 말씀은 이사55,10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실현하게 하는 힘과 능력을 지난 은총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사랑을 살게 하는 능력을 지닌,, 주님말씀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이 하실 역할과 우리의 역할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너희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는 말씀을 예로 들면,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애착을 끊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물론,, 이 역할도 예수님과 함께 하는 역할이지만, 최소한의 우리의 결심과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느님께서 하실 역할이 있는데... 천국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에는 우리역활과 하느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나이산에서 계약을 맺고 십계명을 받았을 때에도 하느님이 하실 일과 우리 인간이 할 일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인류를 대표하는 이스라엘백성이 할 일은 우상숭배를 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만을 섬기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십계명의 내용입니다. 하느님이 하실 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행복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주시고, 장수와 많은 자손을 주시는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신약입니다. 신약에 와서 예수님은 우리가 해야할 역할을 함께 해 주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9~30) 이렇게 신약의 모든 말씀과 계명은 구약에서처럼,, 우리의 힘만으로 새빠지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는 노력을 가리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번 묵상입니다.
 
오늘부터는 말씀의 효과에 대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주님말씀을 실천에 옮길 때,, 어떤 결실이 맺어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인간 구원은 결국 주님말씀을 실천하는데 달려있음을 창세12의 아브람성조부 얘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창세12장을 보면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12,1)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여 고향을 떠났을 때, 아브람성조부의 구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신약은 더 정교하게 말씀의 효과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히브 4,12-13은 우리가 주님말씀을 실천할 때, 우리 영혼이 완전히 개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아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
이 히브리서에 의하면,, 주님말씀은 마치 조각가가 날카로운 끌을 가지고 영혼을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조각하는 것과 같은 힘이 있음을 설명합니다. 조각가가 조각하기 전에는 단순한 돌맹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조각가가 조각하면 그것은 더 이상 돌맹이가 아닙니다. 큰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예술품이 되는 것이다. 영혼도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기 전에는 한 자연인의 영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서 그 말씀이 우리 영혼을 정교하게 조각하면 그 영혼은 하느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배우자이며, 성령의 궁전으로 변하는 것. 한마디로,,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을 신격화시키며 인간에게 하느님의 본성을 부여하는 것. 인간을 하느님으로 변화시키는 말씀의 위력을 요한복음은 이렇게 설명: “폐기될 수 없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라고 하였다.”(요한 10, 35) 이 복음은 우리가 말씀의 실천으로 신격화(Divinizatio)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신격화가 바로 말씀의 결실을 한마디로 설명... 그렇다면,, 이 신격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나는 것인지 함께 보겠습니다.
 
1. 말씀은 우리를 죽게 한다.
주님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을 끊어버리게 됩니다. 주님말씀이 우리 자신의 이기심과 애착을 끊어버리도록 한다는 것은 예언자들에게 잘 드러납니다. 예언자는 하느님의 대변인을 의미. 예언자를 propheta 라고 하는데 pro 는 ‘...대신하여’ 라는 뜻이고 ‘...pheta’는 말하다 라는 뜻. 즉 예언자는 하느님을 대신하여 말하는 자. 이렇게 하느님을 대리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모든 예언자들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박해를 받지 않은 예언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엘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아모스 등 모든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박해를 당하였고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도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결국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헤로데 왕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목숨을 거는 행동이었습니다.
죽음을 요구하는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에게서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님은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크나큰 고통과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인류구원이라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뒤를 이어서 수많은 순교자들이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순교자들이 명확하게 보여준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 주님의 말씀을 실천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생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말씀이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과 교만을 버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본능적이고 이기적인 자아의 죽음을 뜻합니다. 자신을 비우고 끊어버릴 때,,, 이기심이 없는 사랑자체이신 말씀이신 주님과 일치를 이룹니다. 이렇게,, 말씀이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죽고 주님 안에서 살게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서서는 죽고 주님 안에서 살게하는 것은 곧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뜻합니다. 우리는 말씀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우리 삶속에서 빠스카 신비의 과정을 밟게 됨을 가리킵니다. 자기자신을 벗어나, 자아의 이기적인 욕심과 애착에서 주님 사랑으로 건너가는 것. 이것이 죽음에서 새 새명으로 건너가는 빠스카의 과정. 이것이 부활의 의미. 한마디로, 말씀으로 죽고 부활하는 은총의 결실이 맺어집니다.
다음 묵상에는 주님 말씀은 우리의 이기적인 죽음의 은총을 줄 뿐 아니라, 부활의 은총, 생명의 은총을 준다는 것을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묵상을 통하여 주님께서 사순절의 은총과 축복을 가득히 내려주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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