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96호 2011.03.13 
글쓴이 박성태 신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박성태 그레고리오 신부 / 시각장애인 복지회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 말씀인 마태오 복음은 우리가 잘 아는 예수님의 유혹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시기 전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 시장하셨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유혹을 받기 전 상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허기진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갈망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밥이나 빵이겠죠? 예수님의 첫 번째 유혹이 바로 돌을 가지고 빵을 만들어보라는 악마의 유혹으로 시작되었으며, 거기에 넘어가지 않자 악마는 두 번째 유혹을 합니다. 이는 우리들에게도 똑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우리가 첫 번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악마는 곧이어 두 번째 유혹의 손길을 뻗게 됩니다. 하지만 또 실패하자 더 강렬한 세 번째 유혹을 시도합니다. 이는 지칠 대로 지친 인간 앞에 악마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더 큰 유혹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유혹을 세 가지로만 보여주지만 나약한 우리들에게는 세 번이 아니라 넘어 질 때까지 그 유혹들은 계속 될 것입니다. 이는 매번 사순 시기를 보내는 우리 신앙인들 모두가 체험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를 다시 한 번 점검케 하며, 어떻게 그 유혹들을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묵상해 보게 합니다.
지칠 대로 지친 예수님을 향해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마태 4, 3) 이라는 말로 유혹을 시도합니다. 누군가가 “당신이 사제라면” 또는 “당신이 누구라면” 하고 말을 꺼냈을 때 이 표현은 그 어떤 말 보다도 우리를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호하셨습니다. 곧 이어 두 번째 유혹에서도 악마는 같은 말로 다시 유혹을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떻게 이런 유혹을 이겨 낼 수 있었을까요? 복음은 그 답을 의외로 간단하게 제시해 줍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하고 유혹하는 사탄에게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마태 4, 4. 7)라며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에 전적으로 맡겼던 예수님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유혹을 이겨나갈 수 있는 길임을 알려줍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저 또한 오늘 복음 말씀에 비추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시각 장애가 있는 사제라면…” 이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로써 그에 대한 대답은 이번 사순 시기에 저의 묵상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2868호 2025. 5. 4.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file 김영환 신부 
2867호 2025. 4. 27.  토마스 사도 덕분에 file 이창신 신부 
2866호 2025. 4. 20.  부활은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65호 2025. 4. 13.  행한 것이 남는다. file 장용진 신부 
2864호 2025. 4. 6.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file 김태환 신부 
2863호 2025. 3. 30.  감옥에 갇힌 이들 file 송현 신부 
2862호 2025. 3. 23.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file 한윤식 신부 
2861호 2025. 3. 16.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file 강지원 신부 
2860호 2025. 3.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file 장민호 신부 
2859호 2025. 3. 2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file 김동환 마티아 신부 
2858호 2025. 2. 23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file 오종섭 신부 
2857호 2025. 2. 16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다. file 원정학 신부 
2856호 2025. 2. 9.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 file 신기현 신부 
2855호 2025. 2. 2  참된 봉헌은 자기비움 입니다. file 장훈철 신부 
2854호 2025. 1. 29  깨어 있음 박근범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