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95호 2011.03.06 
글쓴이 김효경 신부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


김효경 다윗 신부 / 밀양성당 주임

제가 미국 텍사스에서 교포사목을 할 때 일입니다. 교우들과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려고 하는데 바퀴의 바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를 하려고 하는데 차를 올리는 도구인 자키가 망가졌는지 차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몇몇 교우가 식당으로 도움을 청하러 갔었는데 근사한 양복을 차려입은 잘생긴 백인 남자가 와서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으니 장비만 빌려달라고 하자 자기가 직접 도와주겠다고 오히려 우리들에게 사정을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 그 백인 남자의 부인과 아이들도 저희들에게 왔고, 그 남자는 양복 상의를 아내에게 맡기고는 자키로 차를 들어 올리고 차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저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옷을 다 버려가면서 우리를 도와주었습니다. 그의 도움이 고맙기도 하고 우리를 돕느라 옷도 다 버리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그 사람이 오히려 우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자신은 평소에 자녀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말해 왔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도와주어라”고 말해 왔으나 정작 자신은 아이들 앞에서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자신이 어려움에 처한 동양인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마련해 준 우리들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백인 남자는 입으로만 “주님, 주님!”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보였고, 자녀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을 가르치며 모범을 보이는 그런 아버지였습니다.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러 왔었는데 자키를 빌려달라는 소리를 듣고서 계속 식사를 한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장비를 가지고 타이어를 교체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적어도 오늘 이 강론을 읽는 사람은 “주님, 주님!”하면서 주일을 거르는 자녀는 아닐 것입니다. 이왕에 “주님, 주님!”하는 자녀라면 주님의 뜻을 실천하며 주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자녀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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