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7 추천 수 0 댓글 0

선 線
 

김종대 가롤로 / 망미성당, 시인 gaserol@hanmail.net
 

  선을 그어 보셨나요? 직선이나 곡선, 아니 사선으로 그어 보셨어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기본이 되는 점과 선. 그 속에 마음이 담긴 줄 몰랐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점과 선이 전부임을 알았으니까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상에 선을 긋고 내 것 네 것 따지며 다투기도 했지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학연, 지연, 혈연으로 선을 긋더군요. 긋기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겪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선도 다르게 보니 달리 보였어요. 선이 경계만이 아니라 경계 너머에도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여전히 선과 조직으로 줄을 세우지요. 나도 덩달아 그으면서 경계를 넘지도 못하고 머뭇머뭇 망설이고 있어요. 그때 예수님께서는 시선을 달리하며 다가오셨지요. 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하셨지요. 당신의 삶을 보여주시고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들은 선을 참 많이도 긋고 있더군요. 내 눈에 안 든다고, 내 말 안 듣는다고, 내 생각이나 뜻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내 마음대로 손짓하고 발맞추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함께 있어도 호흡이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으니까요.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데 말이에요. 보고 듣기에 따라, 생각 맞추기에 따라, 손과 발맞추기에 따라,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데 말이에요. 우리 생각해 봐요. 예수님의 시선이라면 어떠했을까요?

- 「시선視線」-

당신과 나 사이 어떤 선이 있나요
어떻게 바라보는 시선인가요
일곱 가지 색깔로 물어 볼게요
자 그럼, 선을 그어 볼 테니 선택하세요
 

첫 번째, 위에서 내려 그으니 빨간 벽이네요
두 번째, 아래에 받쳐 그으니 주황색 배가 되었어요
세 번째, 사선으로 그으니 노랗게 서로 기대고 있네요
네 번째, 위에 긋고 보니 따가운 햇빛, 궂은비도 푸르게 가려주네요
다섯 번째, 멀리 떨어진 선 안아 버리니 파란 하늘 동그라미네요
여섯 번째, 멀찌감치 떠난 것 같아, 한 줄 멀리 그으니 같이 가야할 남색 길이네요
일곱 번째, 시선 따라 다르게 보이니 다르게 말하네요, 잘 보라고 보라색이네요

그러고 보니 다 달라도 소중한 무지개
보이고 들리시나요, 아니라고요
이제 진짜 답을 알려 드릴게요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선택이 길이 되는 시선의 무지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주보 / 누룩] 세 번의 믿음의 기회 / 민훈기 가브리엘 file 가문협공복자 2019.06.09 14
42 [주보 / 누룩] 시간이 없다구요? / 정재분 아가다 file 공복자 2023.08.06 9
41 [주보 / 누룩] 시련이 왜 하느님의 은총인가? / 구옥순 베아따 file 공복자 2023.09.11 6
40 [주보 / 누룩] 신앙(信仰)의 참행복 / 김경덕 요아킴 가문협공복자 2017.08.13 11
39 [주보 / 누룩] 실천하는 신앙 / 공복자 유스티나 file 공복자 2022.06.13 5
38 [주보 / 누룩] 아니 계시면서도 그득하신 / 노옥분 글라라 file 공복자 2023.06.15 3
37 [주보 / 누룩] 아름다운 공동의 집 / 이정숙 에스텔 file 공복자 2020.08.20 3
36 [주보 / 누룩] 아름다움은 부활을 통해 나타나는 생명의 길, 기적으로 나타난다 / 박옥위 데레사 file 공복자 2022.08.11 5
35 [주보 / 누룩] 아직도 저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 정연순 안나 file 공복자 2021.12.12 2
34 [주보 / 누룩] 어떤 비타민을 드십니까? / 정재분 아가다 가문협공복자 2018.05.08 40
33 [주보 / 누룩] 어머니의 믿음 / 윤미순 데레사 file 공복자 2021.07.04 3
32 [주보 / 누룩]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 / 조수선 안나 file 공복자 2024.01.28 0
31 [주보 / 누룩] 여권 / 하창식 프란치스코 file 가문협공복자 2018.12.12 53
30 [주보 / 누룩] 영원한 몸을 꿈꾸며 / 류선희 크리스티나 가문협공복자 2018.04.16 17
29 [주보 / 누룩] 영혼의 눈 / 정효모 베드로 file 공복자 2023.04.23 3
28 [주보 / 누룩] 예수님 꽃 피우기 / 조수선 안나 file 공복자 2022.01.18 5
27 [주보 / 누룩] 우리 집 성모님 / 김나현 가브리엘라 file 가문협공복자 2018.09.14 8
26 [주보 / 누룩]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정효모 베드로 가문협공복자 2017.07.09 56
25 [주보 / 누룩] 자랑스러운 나의 조상 순교 성인들 / 최영순 분다 가문협공복자 2017.09.14 60
24 [주보 / 누룩] 작은 관심, 큰 행복 / 공복자 유스티나 가문협공복자 2018.03.25 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