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91호 2011.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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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병규 신부 |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강병규 야고보 신부 / 부산가톨릭의료원 원목
예비자 한 분이 뜸금없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신부님, 도대체 기도는 언제 하는 것입니까?”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기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가지 경우에만 하면 됩니다. 비올 때 하고 비가 안올 때 하면 됩니다.” 언제든 깨어 준비하며 기도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오늘은 민족의 명절인 설입니다. 설은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날입니다. 과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넉넉하게 제사음식을 마련해서 없는 이들과도 나누어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설은 한동안 떨어져 지내던 친지들이 함께 모여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는 어울림의 잔칫날입니다. 또한 주님께서 우리에게 넘치는 복과 은혜를 내리시고 우리를 지켜 주셨음에 감사드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의 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제수준비에, 고향 가는 교통편에, 불편한 손님맞이에 마음의 짐이 쌓여갑니다.
이런 마음의 짐이 소중한 것들을 잊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곤 우리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내 것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분주하게 살아가게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자신들의 배만 불리면 된다는 이 답답한 세상에 밥을 나누는 기적은 오늘도 일어날 것입니다. 일 년 내내 한 번 입지도 않는 옷들이 옷장에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헐벗은 이웃을 위해 내어놓는 기적은 오늘도 일어날 것입니다.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손가락질만 하면서도 자기가 키우는 강아지의 예쁜 밥그릇에는 갈비를 담아주는, 개만도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나누고 함께 하는 사랑의 기적은 오늘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 기적은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그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은 깨어 준비하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보고 누군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랑의 몫을 잘 해내는 것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설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사랑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라.(아빌라의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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