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82호 2010.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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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황철수 주교 |
하늘에서 온 평화
교구장 황 철 수 바오로 주교
성탄 밤 복음말씀의 마지막 단어가 '평화'였습니다. 모든 교우님들께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그 평화를 기원합니다.
올해는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며 ‘뜻밖의 포성’을 듣고 긴장한 우리에게 ‘평화’라는 말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연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망하는 평화는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 오늘도 계속되는 그런 평화입니다. 저녁이면 집에 돌아와 불을 켜고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그런 평범한 삶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상의 평화도 포성 한 번으로 깨질 수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세상이 말하고 보장하는 평화에 대해서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세상을 아는 사람’은 세상이 말하는 평화의 한계를 감지합니다. 그런 연유로 인간은 항상 ‘세상이 주는 반쪽자리 평화가 아닌 하늘이 주는 온전한 평화’를 갈구하는 종교적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성탄축일의 메시지는 인류가 소망하던 하늘의 그 온전한 평화가 오늘 우리의 시간 속으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하늘의 평화 앞에서 우리는 세상이 주지 못하는 진정한 희망이 있음을 고백하고 갈라지고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와 위로를 청합니다. 구유조배의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성탄복음에는 하늘에서 온 온전한 평화가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계시는 예수님이라는 신앙 공동체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성탄 이야기는 단순한 탄생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이야기 형식'으로 말해지는 예수님께 대한 신앙고백이라는 측면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고백의 내용은 진정한 구세주는 단순한 정치, 군사적 메시아가 아니라 그 차원을 넘어서는 ‘인간의 마음과 혼을 온전히 치유하는 구세주’여야 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구세주는 인간의 메시아 시스템 속에서는 주어질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의 메시아 시스템은 엘리트 가문이나 권력의 최고 정점을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탁월한 가문과 권력을 모태로 하더라도 여기서 나온 메시아는 궁극적으로 원죄적 세상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만들어낸 모든 메시아는 '불완전한 평화 밖에는' 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인류가 오랜 세월을 통해 염원한 메시아는 인간역사의 수평적 산물이 아니라 역사마저도 구원할 수직적 선물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류의 염원에 하느님께서 답하신 선물이 예수님입니다. 화려한 왕궁이 아니라 어떤 인간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의 출발은 이미 인간이 기획한 메시아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구원의 시스템이 시작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새로운 사랑과 평화의 길을 통해 한 해의 여정 속에 쌓여진 모든 아픔과 상흔들이 치유되고 정화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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