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74호 2010.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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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형락 신부 |
고집하시겠습니까?
임형락 이냐시오 신부 / 안식년
루카복음사가는 들려주는 예리코의 소경과 키 작은 자캐오가 예수와 만난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한 사람은 눈이 멀어서, 한 사람은 키가 작아서 예수를 볼 수 없었다는 것, 둘째는 그들은 예수를 만나 보길 간절히 원했다는 것, 셋째는 마침내 예수를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서 그들의 삶이 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한국학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회를 이해하려 할 때,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그 사회의 종교와 가족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가족 제도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교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다. 아울러 무속이라 불리는 무교가 한국인들의 원초적인 심성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일상생활에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는 무속 신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와 무속 신앙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생활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을 볼 때 부인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종교,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인생관, 가치관, 이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고도 여전히 유교적, 무속적인 믿음을 가지고 산다면 옷만 바꾸어 입었을 뿐, 변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신자 분들이 우리 교회, 신앙에 대해서 실망하고 떠나는 이유, 냉담을 하는 이유, 삶과 신앙이 분리된 생활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내가 지금 천주교 신자로 살고는 있지만 최소한 유교적, 무교적인 심성을 지니고 신앙적인, 일상적인 내 삶을 풀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의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아직 예수를 만나지 못했고, 때문에 예수를 따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리코 소경과 자캐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예수와 만남에 대한 간절함이, 나아가 그 만남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지금 주어진 이 삶을 새롭게 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은 깨달음의 신앙이 아니라 만남의 신앙임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따라서 예수와의 만남이 없다면 우리 신앙은 무의미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것은 다 필요 없고, 그냥 지금 내 방식대로, 이대로의 신앙생활을 고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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