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수호자 대축일과 묵주기도
용호성당 주임 배상복 이냐시오 신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을 우스개 말로 바꾸어 ‘하늘은 높고 마누라는 살찌는 계절’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교구 수호자 대축일(10월 7일)을 이동하여 기념합니다. 우리 신앙인이 생일, 축일, 결혼 기념일 등을 기념하는 것은 기념일 속에 들어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생각해 보기 위함일 것입니다. 각각 다른 의미의 고유함을 지니고 있는 기념일을 통하여 은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그때의 마음을 되새겨 보는 날입니다.
우리 부산교구는 1957년 '부산대목구'로 설정되었고, 1962년 정식 교구로 승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67년 5월 부산교구 설정 10주년 기념 성체대회 중 작고하신 최재선 주교님께서 부산교구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봉헌하면서부터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을 '교구 수호자 대축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최 주교님께서는 묵주(?珠)의 기도를 매괴신공(??神功)이라고 하시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신심 척도는, 천주님의 은총을 얻는데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 방법인, 매괴의 기도를 얼마나 열심히 드리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매괴란 장미과의 낙엽 관목으로서 향기는 때찔레의 일종으로 주로 중국에 많이 있으며 이 말은 중국에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도가 주로 성모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다른 종교인들은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기도는 ‘내’가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 예수님께 바치는 기도로 환희의 신비(예수님의 탄생), 고통의 신비(죽음), 부활의 신비(부활)및 빛의 신비(일생)는 마치 4복음서를 요약한 것 같아 누구든지 이 기도를 정성껏 하게 되면 예수님의 일생은 물론 4복음서 전체를 한번에 묵상하는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효과 말고도 이 묵주기도를 신자들에게 권유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휘둘리게 만드는 ‘어둠’들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태이든지 ‘나’를 어둡게 할 때 마다 이 묵주기도를 하게 되면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쉬운 기도를 하기도 하지만, 어둠이 생길때는 물론 걷거나 버스를 탈 때도 시작은 늘 묵주기도를 하게 됩니다. 묵주기도를 통하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