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66호 2010.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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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재구 신부 |
아름다우신 아버지의 자녀
양산성당 주임 박재구 시몬 신부
작은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왔을 때 누가 제일 싫어했을까요? 살찐 송아지이겠죠. 그날이 송아지 제삿날이니까요! 그 다음으로 큰 아들이 싫어했습니다. 보기 싫은 동생이 다시 와서 재산을 축낼 것이니까요. 그러면 작은 아들이 돌아왔을 때 누가 제일 기뻐했을까요? 물론 아버지입니다. 그 다음으로 아들의 품위를 되찾은 작은 아들, 잔치의 기쁨을 나누게 될 하인들, 동네 사람들이겠죠. 비유의 상황과 우리가 사는 삶의 자리도 비슷합니다. 아버지, 큰 아들, 작은 아들 같은 세 부류의 사람들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에게도 큰 아들, 작은 아들의 성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은 아들의 성향이란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나 수송아지를 섬기고 고집이 센 이스라엘 백성, 예수님을 박해하던 개종 이전의 사울, 자신의 죄나 부족함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고 살아가는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라고 생각하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늘 하느님께 요구만 하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이 아닐까요? 즉 하느님보다는 세상일에 우선 따르는 모습들일 것입니다.
또한 신앙인에게는 큰 아들의 성향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말썽을 부릴 때 내가 낳은 자식이냐며 하느님께 투덜대는 모세, 죄인들을 보살피는 예수님을 못마땅해 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겉모습은 아버지를 따르는 효자 같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의 마음보다는 자신의 공로와 보상에 더 기울어져 있는 큰 아들의 성향이 아닐까요? 즉 성사 생활은 하고 있지만 투덜대고 고집 세고, 남 잘되는 것 배 아파하고 자기만 잘되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기쁨을 상실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결국 큰 아들이나 작은 아들 모두 자기중심적이지 자기들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중심적이지 못한 것이 공통점입니다.
우리는 큰 아들도, 작은 아들도 아닌 ‘아름다운 아버지’의 마음을 닮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회개하는 작은 아들을 감싸주시고, 아버지의 모든 것이 바로 자녀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어떤 죄인이라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머리의 논리와 이익을 넘어서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바보(?) 같은 눈먼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아름다운 아버지’의 모습을 가르쳐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사랑 때문에 때로는 비웃음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기쁘게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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