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54호 2010.0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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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택면 신부 |
재즈와 클래식
지휘자의 손끝에 따라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선율은 섬세하고 장중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정해진 악보에 따라 지휘자는 전체 단원을 일사불란하게 리드하며 단원들은 지휘자를 올려다보는 반면 지휘자는 높은 지휘대에서 전체 단원을 내려다보며 절대 권한을 행사한다.
재즈 연주에는 지휘자와 미리 정해진 악보가 없다. 연주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음악을 연주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다른 연주자와 조화를 찾아 나간다. 누군가 예상 못한 멜로디나 템포를 연주하면 다른 연주자도 즉시 자율적으로 반응하여 조화를 이룬다. 누구의 지휘나 명령도 없지만 각자 알아서 떠오르는 악상에 따라 신명나게 연주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 긴밀히 반응하여 전체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재즈 즉흥 연주의 맛이다.
세례를 통하여 의로움을 받은 믿는 이들은 하느님과 나, 나와 이웃 사이의 관계가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연주자와 같은 것이리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정해진 악보나 높은 자리에서 지휘나 잘 정리된 편재보다 재즈 연주자들처럼 유일한 진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거리낌 없이 신명나게 하느님을 찬미하고 믿음을 고백한다. '유대인과 그리스인도'이란 인종적 차별도 '종과 자유인'이라는 어떤 경제적, 계급적 차별을 거부하고 '남자도 여자도 없는' 어떤 성적 차별도 극복하는 참다운 일치의 공동체이다.
교회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것도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신비를 이해한 심오한 교의적인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하여, 즉 그분의 말씀을 듣고 하신 일을 보고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분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있기에 참 인간이신 예수님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고, 베드로와 함께 당신은 하느님의 그리스도라고 신앙을 고백한다. 재즈 연주자들이 서로 너무 잘 알기에 스스럼없이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듯이 우리도 주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신 일을 보며 이에 상응한 믿음의 연주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신성을 가져서만이 아니라 그분이 행하신 일을 통해서이다. 하느님께 부여받은 일을 하심으로써 그리스도가 되시고 또한 그 일은 그분을 따르는 우리로 하여금 피할 수 없이 십자가의 길로 인도한다. 예수님의 인격 안에서 그분의 마음과 뜻을 너무 잘 알기에 스스럼없이 신명나게 교회와 더불어 믿음의 연주를 할 수 있다. 그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채여 피가 나서 쓰리고 고통스럽더라도 주님과 함께 연주를 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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