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051호 2010.05.30 |
|---|---|
| 글쓴이 | 박용조 신부 |
진리는 몸으로 말한다
박용조 신부(사직성당 주임) bangji@hanmail.net
요즘 어떤 건강 보조 식품 광고 중에 그 회사 사장이 직접 나와서 “이거, 남자한테 참 좋은데, 이걸 직접 말할 수도 없고...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할 수도 없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의 광고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진리를 인간에게 알려주시려고 하시는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로 안 되니까 몸으로 보여주신 것이 아닐까요?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가 그러합니다. 교리를 배울 때, 하느님은 성부·성자·성령의 세 위격으로서 한 하느님이시며, 성부께서는 인류 구원의 영원한 계획을 세우시고, 성자를 지상에 파견하시어 인류를 구원하셨고, 성령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성화시켜 이 영원한 계획을 완성하시려는 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이 삼위는 서로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동일하신 하느님이시며 높고 낮음이나 선후의 차이가 전혀 없는, 하느님의 내밀한 초자연적 생명에 관한 계시로서 ‘믿을 교리’라고 합니다. 이는 알아듣기가 매우 애매한 것이라서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머리 즉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온 몸, 즉 전(全) 인격으로, 삶 전체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진리라는 뜻이 아닐까요?
구원의 역사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하신 하느님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서는 사랑으로 일치하여 계시며 같은 속성을 지니신 하느님이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요한 15, 9)하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서로 구별되면서도 사랑으로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계심을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말씀에서 사랑은 논리적인 추론이나 특별한 이론이 아니라 바로 존재 자체라는 것이지요.
삼위일체는 ‘관계’로서의 존재 양식입니다. 즉 사랑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이론이나 지식이 아닙니다. 삶 자체이며 지혜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잠언 말씀에서 ‘지혜는 하느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지혜는 지식과 다릅니다. 지식은 이성으로 파악될 수 있으나 지혜는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이성과 감성 그리고 의지 곧 우리의 전(全) 인격으로 파악되는 것이며, 온몸, 온삶으로 알아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는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믿음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지혜는 깨닫는 것이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깨닫는다는 말은 전(全) 인격 곧 온몸으로 삶 자체로 알아듣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온몸으로, 삶 전체로 알아듣는 사랑이야말로 삼위일체의 신비를 깨닫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지름길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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