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042호 2010.03.28 |
|---|---|
| 글쓴이 | 김두완 신부 |
이 사람은 정녕 의로운 분이셨다
김두완 아우구스티노(화명성당 주임신부)
오늘 전례의 성대한 입당식에 나오는 복음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호산나를 외치며 열렬하게 환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역시 성지가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미사의 복음에 가서는 그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기인데 여기에서 군중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그 군중들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친 것입니다. 인간의 변덕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그 변덕스러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변덕스러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로마군대의 백인대장이 그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보고 “이 사람은 정녕 의로운 분이셨다.”라고 말합니다. 백인대장의 이 말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당시 사회에서 존경받던 율법학자와 경건하다는 바리사이들과 대립하여 그들의 잘못을 고발하던 예수님을 사람들은 결코 곱게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었을 때 “분수를 모르는 놈”이라고 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와중에서 예수님의 의로움을 고백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성령께서 깨달음을 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우리도 백인대장과 함께 예수님을 의로운 분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서 의로움을 보고 있는지요? 우리 사회에는 정부의 불의를 고발하다가 감옥에 갇힌 사람들, 재개발이라는 것 때문에 박탈당한 생존권을 회복하기 위해 투쟁하다 죽어간 사람들,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실직한 수많은 사람들과 복직을 위해 단식하며 투쟁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예수님을 의롭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고통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의로움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에게서 의로움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 때 인간의 그 변덕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의롭게 처형당하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우리는 바로 이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다가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서 의로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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