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34호 2010.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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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승주 신부 |
기적의 뜻
김승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신부 / 부산평화방송 사장 kmkukim@hanmail.net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오랜만에 나자렛 회당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시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자리에서 예수님과 고향 사람들은 날카로운 대립의 각을 세우게 됩니다. 기적 때문입니다. 고향 사람들은 주변 지방을 열광하게 만든 예수님이 나타나시자 기적의 신기한 현상을 보고싶어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거절하십니다. 기적을 베푸신 뜻을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온갖 고통과 질병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죄와 죽음의 올무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려는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에 합당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자 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고향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보다는 신기한 현상에 더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놀라운 일을 펼쳐 보일 재주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능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어서 빨리 놀라운 기적을 보이라고 재촉하면서…
기적은 인간의 역사 안에서 종종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기적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뜻이며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죄와 죽음의 올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적의 현상을 통하여 보여주시는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해방의 기쁨을 맛보고, 이미 우리 안에 시작된 하느님 나라의 고귀한 가치를 삶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기적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놀랍고 신기한 현상에만 눈길을 빼앗겨버리고 말지는 않는지요? 메시지보다는 현상에 집착한 나머지 또 다른, 뭔가 새롭고 독특한 현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서조차 기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유약한 인간의 눈과 귀를 현혹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 신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결국은 자기 세력을 넓히기 위한 얄팍한 술수임이 드러나곤 합니다만, 이들의 불순한 행위가 싹을 틔우는 것은 우리 신앙인들이 신기한 현상에 매우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배척하신 신기한 현상에의 호기심, 우리도 단호하게 뿌리치면서 오직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바르게 지켜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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