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19호 2009.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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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근범 신부 |
11월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 교회는 뜻 깊은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삶을 본받아서 살고자 기억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잘 알려지지 않는 성인들과 자신의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분들에게 더 큰 관심과 기도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 있는 날,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고 있는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며, 복음은 우리 모두를 참 행복에로 초대합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을 갈망합니다. 근데 주님께서는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달리 행복의 첫째 덕목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 하시면서 그들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것이다."(마태 5, 3)라고 하십니다. 전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아닌, 이 세상에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며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지고 채워야 행복하다는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될 때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함께 하는 삶은 스스로를 내어놓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당신의 전부를 내어주셨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마음의 가난은 단순히 무소유의 비움이 아니라,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우리의 뜨거운 가슴을 가리킵니다. 정작 우리가 나누지 못하는 연유는 가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눌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나눌 수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심장이 차갑지, 산 사람은 당연히 심장이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면 모두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행복은 재물의 소유가 아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우리의 따듯한 마음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행복의 가치 기준이 달라진다는 가르침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행복의 씨앗을 다 주셨습니다. 그 행복의 열매를 맺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잘 키우고 잘 가꾸는 것은 각자 자유의지에 달렸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교우님 모두 지금도 제각기 삶의 자리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행복하십니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내 마음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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