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14호 2009.1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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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곤 신부 |
오늘은 한가위. 추석 명절. 생각만 해도 배부른 느낌. 말만해도 넉넉한 느낌. 달만 쳐다보아도 풍성한 느낌. 동양 미인의 전형적인 얼굴, 보름달.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바로 풍요로움에 있다. 나누고, 베푸는데 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적어도, 너에게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 때문이다.
차례를 격식에 맞추어 준비하고 지낸다. 마음을 추스리고 조상들의 음덕에 감사드린다. 깊은 예를 바치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조상들을 섬김은 우리들의 오랜 전통이다. 윗대 어른들에 대한 공경과 더불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가까운 친척과 형제들은 어떤가? 좋은 기분에서 만나 좋은 기분으로 헤어져야 하는데, 왠지…. 석연찮음에 우리들의 마음의 실타래가 꼬여 있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만큼 너에게 해주어야 함’을 잘 알건만 내가 바라는 만큼 네가 나에게 해주지 않아 유감이 많다고 하필 우리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람과 요구 사항이 많은 만큼, 그만큼 섭섭함도 크단다.
풍성한 마음에 나누어 줄 것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되던 내가, 오히려 받지 못함에 섭섭해 하고 있다. 조상에 대한 섬김은 온갖 예우를 다하면서, 정작 형제들에 대한 섬김은 오히려 받으려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둥그런 보름달이 왜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고, 동양미인의 전형이 되고, 부자집 맏며느리의 얼굴 모습이라고 하는가? 착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아름다운 것이 착한 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을까?
보름달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착하게 만들고, 착해진 내 마음이 나눔과 베풂과 섬김이라는 사랑 실천에 앞장선다면, 이 사회는 분명 보름달의 빛을 받아 오늘 저녁이 환하듯이 밝은 사회가 될 것이고, 내 작은 사랑의 나눔이 이웃들의 마음을 훈훈하고 환하게 할 수 있으리라. 자! 동무들아!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만 할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피자꾸나. 우리 곁에 따스한 사랑을 기다리며 움츠리고 있는 형제들을 위하여 ‘송편’을 빚자꾸나.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널뛰기’를 하고, 함께 목표를 맞추기 위한 ‘투호’를 하자꾸나. 마음 모아 힘 모아 영치기 영차 ‘줄다리기’로 우리의 공동체가 사랑의 공동체임을 나타내 보자꾸나.
오늘은, 사람들아! 둥근 내 얼굴과 함께 입술이 양 귓볼에 닿도록 벙글 벙글 벙그레 웃으며 ‘한사람의 행복이 만인의 행복이 되고, 만인의 행복이 한 사람의 행복’이 되는 그런 공동체를 꿈꾸어 보자. 그래서 오늘이 우리에겐 천국의 첫 날이 되게 하자. 나눔이 넉넉하고, 베풂이 풍성하고, 섬김이 공손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 우리 모두 격이 있는 사람으로 품위를 갖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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