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08호 2009.08.23 
글쓴이 김강정 신부 

살면서 무던히도 주님 속을 끓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믿지를 못했습니다. 믿으면서도 냉담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기도가 없던 삶은 혼탁한 어두움이었습니다. 결국엔 믿음의 길에서 크게 쓰러졌습니다. 제 인생 가장 큰 실패였습니다. 당신이 중심에 없는 삶은 부실이었습니다. 기초 없는 공사였고 잘못 지어진 집이었습니다. 그날 인생의 귀한 교훈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붙들 때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을.

가끔씩 인생 문제를 들고 저를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내 놓는 답은 한 가지뿐입니다. 무조건 성체 조배를 해 보라고 합니다. 진부한 답 같지만 인생 문제에 이보다 더 큰 답은 없습니다. 삶에 답이 안 보일 때에도 주님께서 정답을 찾아 주십니다. 주님의 현존 속에 머물게 되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감겨 있던 것들이 눈을 뜹니다. 주님을 청하는 순간 그분께서 내 삶에 깊숙이 개입해 주십니다.

주님을 떠난 삶은 무조건 실패입니다. 인생의 실패는 성공을 놓친 것이 아니라 주님을 놓친 것입니다. 어떠한 인생 문제도 주님 없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인생 문제지에 세상 답을 썼다가 실패를 본 경험자입니다. 그 많은 날들을 허비하고서야 정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 속에는 우리가 찾는 답이 없었습니다. 내가 찾아 놓은 답을 정답으로 믿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찾아 주시는 답만이 실수나 실패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왜 좀 더 일찍 깨우치지 못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정녕 주님께만 붙들려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 해 놓아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주님과 함께 동행 하는 일입니다. 주님과 함께 온전히 하루를 보내며 그 하루를 평생으로 이어 가야 합니다. 평생이 끝나는 그 날에는 그분과의 동행이 영원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소원합니다. 살면서 더는 주님의 손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주님만이 세상을 사는 유일한 이유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살아도 주님을 위해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해 죽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분을 다음 세상에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아직 받지 못한 인생 문제지들이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그 시험지를 받게 될 날, 그 때는 제일 먼저 정답을 고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답지에다 제가 고른 답을 자신 있게 쓸 겁니다. 인생의 성공은 무조건 주님을 붙드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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