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가톨릭부산 2015.10.13 06:08 조회 수 : 51

호수 2007호 2009.08.16 
글쓴이 차공명 신부 

중세기의 교황 우르바노 4세는 당시 걸출한 교회학자이며 후에 성인이 된 보나벤투라와 토마스 아퀴나스 두 분에게 성체를 현양하는 찬미가를 작사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두 분이 최선을 다해 성시를 지어 교황 앞에서 대조를 하게 되었는데 성 토마스의 찬미가를 들은 보나벤투라 성인은 “참으로 훌륭하다”며 자신의 것을 그 자리에서 찢어 버렸다고 한다.
이후 “엎디어 절하나이다(성 토마스의 성체찬미가)”는 성체 강복 등을 비롯한 교회 전례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성체 현양시가 되었다.

이 성체 찬미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주 예수 사랑 깊은 펠리칸이여! 더러운 나 당신 피로 씻어 주소서.” 여기서 ‘펠리칸’이란 단어는 무슨 뜻일까? 펠리칸은 사다새라고 불리는 부리가 크고 가슴팍에 큰 주머니를 달고 있는 새이다. 이 새는 어미 입 속에서 반쯤 소화된 음식물을 새끼들에게 먹여 키우는데 새끼들이 먹을 음식이 없을 때는 자신의 부리로 가슴팍을 쪼아 피를 내어 그것을 먹여 힘든 시기를 견딘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13세기경부터 교회 안에서 이 새는 자신을 희생 재물로 내놓으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이 말을 듣고 유대인들은 깜짝 놀라 옥신각신하며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라며 말한다. 그렇다. 식인종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사람 살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말씀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예수님께서 자신을 희생하여 내어놓으신 십자가상의 제사와 그것을 영구히 기념하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펠리칸이 자신을 희생하여 자기 새끼들을 먹여 살리 듯 예수님은 우리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인 성체 즉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 죄 많은 인간들에게 먹이로 내어 주시겠다는 말씀인 것이다.

한동안 공익 광고를 통해서 회자된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있다. 그것은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십시오”이다. 그렇다 사랑이란 자신을 희생하여 남에게 내어주는 것이다. 자기 것을 움켜지고 조금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 모두는 이 사랑의 진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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