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06호 2009.08.15 
글쓴이 이영묵 신부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두고 가는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선
말이 없는 어머니“ (한하운의 시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겹고 살가운 낱말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가 아니겠습니까? 어머니의 삶은 내 마음을 뛰게 합니다. 어머니의 삶은 내 삶의 모든 것입니다. 어머니는 내 존재의 근원이며 나의 존재 이유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곁에 다가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질라치면 “얘야, 징그럽다”하시며 웃으셨습니다. 나의 마음의 고향은 어머니입니다.

권정생님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이라는 기나긴 시의 처음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어머니는 내 삶을 방향지어준 이정표요 좌표입니다. 자식 때문에 웃으시고 울으시고, 기뻐하고 슬퍼하셨습니다. 자식을 멀리 떠나보내며 노잣돈을 꼬깃꼬깃 주시고는 손을 흔드셨습니다. 대학에라도 가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볼에 뽀뽀를 해주셨습니다. 직장을 구한 자식을 보고 한시름 놓으셨습니다. 고시(考試)라도 합격하면 동네방네 잔치를 벌려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어미의 마음... 그래서 내리사랑인가 봅니다. 저 먼 곳의 아들이 잘 사는지 바람 잘 날 없는 어미마음입니다. 어미 마음은 그래서 내 삶의 고향입니다.

우린,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서처럼 모두 하늘을 향하여 살아갑니다. 그 하늘은 내 믿음의 아버지가 계신 곳, 아들 예수님이 계신 곳,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네”라는 응답으로 구세주인 예수님을 낳고 기르신 어머니가 계신 곳, 그 고향을 향하고 그리워하며 사는 삶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특별히 주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육신과 함께 하늘에 오르시게 한 날을 기뻐하며 경축합니다. 일컬어 성모승천대축일을 기념하지요. 단지 기념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 아들 예수님, 예수님을 낳으신 처녀 마리아가 계신 곳을 바라고 기다립니다. 세상의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게 아들 예수를 보살피느라 편한 날이 없으셨던 어머니 마리아의 삶을 따르기로 결심합니다. 더욱이 십자가에 달리신 아들을 보며 찢긴 마리아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합니다. 부족한 우리들로서 어머니의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구세사의 가장 큰 협력자로 불리움을 받은 어머니 마리아의 신앙심을 따라 살도록 노력하고 기도합시다.

마니피캇의 노래로 기도하신 성모마리아를 본받으며 나를 낳으신 어머니와 또 하나의 신앙의 어머니로 모시는 마리아께 전구하며 묵주기도 바칩니다.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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