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어느 소풍날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소풍 가방에 김밥과 과자 그리고 사이다를 챙겨주셨습니다. 자주 마실 수 없었던 맛있는 음료수를 단숨에 마시기가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마실 요량으로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뛰어 놀다가 가방을 열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병따개로 뚜껑을 열어 마시는 음료수를 초등학생이 제대로 닫을 리가 만무했고 소풍 가방은 쏟아진 음료수로 축축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내 음료수! 쏟아진 것은 음료수 뿐만 아니라 내 눈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그 맛있는 음료수를 이제 언제 다시 마시나 생각하니 안타까워 눈물이 났고 그것을 어렵게 마련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미안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이지만 그때 그 맛있는 음료수를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누어마셨더라면 여러모로 참 좋았을 것을, 그래서 독식은 독약이 되는 가 봅니다. 독약은 먹을 수도 없고 먹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 많은 군중을 먹이신 것은 분명 예수님의 신적인 능력을 보여주시는 것이며 또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특별하고도 놀라운 기적은 그냥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갖고 있다가 그것을 내어놓는 것에서 나눔의 기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어린이가 내놓은 것은 많은 군중이 먹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님 앞에 내어놓자, 예수님께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어 그 많은 군중이 배불리 먹고 남을 만큼 많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가 내어놓은 적은 것을 가지고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자들에게 믿음과 사랑을 가르치시려는 의도 때문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 하여도,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라고 초대합니다. 오 천 명이 넘는 군중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지만 제자들의 공동체에게는 전부였던 그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기적의 촉매역할을 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봉헌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나누면 예수님의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