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적

가톨릭부산 2015.10.13 06:05 조회 수 : 10

호수 2003호 2009.07.26 
글쓴이 박성태 신부 

초등학교 시절 어느 소풍날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소풍 가방에 김밥과 과자 그리고 사이다를 챙겨주셨습니다. 자주 마실 수 없었던 맛있는 음료수를 단숨에 마시기가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마실 요량으로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뛰어 놀다가 가방을 열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병따개로 뚜껑을 열어 마시는 음료수를 초등학생이 제대로 닫을 리가 만무했고 소풍 가방은 쏟아진 음료수로 축축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내 음료수! 쏟아진 것은 음료수 뿐만 아니라 내 눈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그 맛있는 음료수를 이제 언제 다시 마시나 생각하니 안타까워 눈물이 났고 그것을 어렵게 마련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미안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이지만 그때 그 맛있는 음료수를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누어마셨더라면 여러모로 참 좋았을 것을, 그래서 독식은 독약이 되는 가 봅니다. 독약은 먹을 수도 없고 먹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 많은 군중을 먹이신 것은 분명 예수님의 신적인 능력을 보여주시는 것이며 또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특별하고도 놀라운 기적은 그냥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갖고 있다가 그것을 내어놓는 것에서 나눔의 기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어린이가 내놓은 것은 많은 군중이 먹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님 앞에 내어놓자, 예수님께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어 그 많은 군중이 배불리 먹고 남을 만큼 많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가 내어놓은 적은 것을 가지고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자들에게 믿음과 사랑을 가르치시려는 의도 때문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 하여도,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라고 초대합니다. 오 천 명이 넘는 군중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지만 제자들의 공동체에게는 전부였던 그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기적의 촉매역할을 하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봉헌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나누면 예수님의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09호 2009.08.27  손을 깨끗이 자주 씻자?? 오용환 신부 
2008호 2009.08.23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김강정 신부 
2007호 2009.08.16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차공명 신부 
2006호 2009.08.15  어머니 마리아, 주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영묵 신부 
2005호 2009.08.09  종두득두(種豆得豆) 곽길섭 신부 
2004호 2009.08.02  생명의 빵 염봉덕 신부 
2003호 2009.07.26  나눔의 기적 박성태 신부 
2002호 2009.07.17  착한 목자 예수님의 마음 김수원 신부 
2001호 2009.07.12  인생 여행 권경렬 신부 
2000호 2009.07.05  무덤에서 요람까지 사제와 함께 김원석 신부 
1999호 2009.06.28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석판홍 신부 
1998호 2009.06.21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김윤태 신부 
1997호 2009.06.14  참된 성체와 성혈의 삶을 바라며… 박기흠 신부 
1996호 2009.06.07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차성현 신부 
1995호 2009.05.31  성령을 받아라 윤준원 신부 
1994호 2009.05.24  너희는 왜 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냐? 박상운 신부 
1992호 2009.05.10  머무름 홍경완 신부 
2349호 2015.10.11  나에게 부족한 그것은? 박재구 신부 
1991호 2009.05.03  착한 목자 예수님 윤정환 신부 
1990호 2009.04.26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한건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