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77호 2016.0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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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효 신부 |
현실과 비현실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요한 21, 3)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무엇이 현실일까? 오랫동안 밀쳐두었던 그물을 다시 꺼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배를 부리는 것, 밤새 그물질을 하고 익숙한 실망을 하는 것. 이것이 현실일까? 아니면 죽었던 주님을 향해 호수로 뛰어들고 그 주님과 함께 빵과 물고기를 먹는 일. 이것이 현실일까? 무엇이 더 실제적인 현실일까?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거나 납득하지 못한 채, 현실 - 너무도 구체적인 현실-로 되돌아 가 버린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게 아닐까? 이 몇몇 제자들은 현실로 도망쳐 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다들 열심히 산다. 밤새도록 그물질을 하며 산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들 산다. 다른 어떤 것도 끼어들지 못할 만큼 열심히 산다. 간혹 누가“주님이십니다”하고 외쳐도 잠깐 곁눈질로 재빠르게 검색한 다음 다시 현실로 돌아가 열심히 산다.
우리는 열심히 살도록 강요당하며 산다. 경쟁이 효율을 위한 최선이라고 교육받은 우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로 내동댕이쳐지면서 꿈길을 걷는 것처럼 그저 열심히 산다. 실재적 나와 실재적 현실이 가끔 가슴을 헤집고 나오고 들어오면서 혼란스러워할 때도 있지만 다시 우리는 격렬하게 열심함 속으로 도망쳐야 한다. 혼란할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고, 실재와 진실은 부담스럽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고, 실재와 진실은 따로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 여기며...
같이“아침을 먹자”며 옷깃을 잡아끄는 현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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