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차례지 말입니다

가톨릭부산 2016.04.06 10:22 조회 수 : 201

호수 2377호 2016.04.10 
글쓴이 장용진 신부 

부활, 제 차례지 말입니다

장용진 요셉 신부 / 민락성당 주임

  신학교의 밤 시간은 침묵 시간이다. 침묵을 통해 신학생으로서 길러야 할 신심과 학문에 정진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언어적 침묵을 지켜야 하는데, 동작에 따른 침묵, 생각이나 마음에 따른 침묵 등 여러 종류의 침묵이 필요함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침묵을 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때로는 잘 지키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신학교 입학 이전의 번잡스러움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그래도 이런 왔다갔다하는 행위의 반복 속에서 점차 침묵의 참 의미를 새기게 된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는 단계에서 침묵을 사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오늘 제자들은 잠시 사람 낚는 어부에서 옛날의 고기 낚는 어부로 되돌아갔다. 이유야 어떻든 제자들은“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 10)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갈릴래아로 왔고 주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베드로 사도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기회를 얻음으로써 스승의 부활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세 번이나 말씀하셨다. 당신의 어린 양들을 돌보라고. 이것은 베드로 사도의 잘못을 사랑으로 덮음과 동시에 주님께 대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에 부활에 대한 사도 자신의 초대의 말씀이기도 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여러 번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 부활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부활하는 것은 하느님의 능력이지만 부활을 믿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에.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으로부터 부활하도록, 경험과 지식의 부활, 믿음과 삶의 전인적 부활을 이끌어 내도록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교육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해마다 부활 시기를 지낸다. 마치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여러 번 나타나셨듯이 우리는 계속되는 부활절을 지내면서 예수님을 만난다. 그러나 우리는 부활을 잘 모른다. 부활을 믿는 행위로만 알고 있기에 그렇지는 않을까.
  침묵을 지키는 것이 당장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지키는 가운데 이런저런 침묵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 신학생은 신부가 된 후에도 신심과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여전히 침묵 속에서 밤을 보낸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인 역시도 믿는 행위로서의 부활뿐 아니라 자신이 살아야 하는 부활, 즉 죄의 기억과 세상만 아는 지식, 단편적인 경험으로부터의 부활 등 이런저런 부활의 삶을 통해서 주님의 진정한 부활로 넘어가도록 성령께 의탁해야 할 것이다. 제자들의 신앙 교육이 그랬듯이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우리를 교육하고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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