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44호 2015.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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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류선희 술임수산나 |
2015년 사무직원 성지순례를 마치고
류선희 술임수산나 / 수영성당 사무직원
메르스로 온 나라가 옳지 않은 사형선고를 받은 듯 억울하고 침울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여름이 오려 할 때 우리 땅이 너무나 가물어 온 세상이 물벼락이라도 맞기 바랐는지도 모른다. 메르스를 수장시키고 가뭄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도 나는 그 약속된 여행을 가야만 했다. 하느님께서 그런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시는 듯 출발하는 날 아침 너무나도 오랜만에 격려의 단비가 조용히 내렸다.
이번 사무직원 연수는 성지순례 일정으로 2박 3일 동안 배론, 연풍, 마원, 진안리, 신나무골 등 충청도 일대를 두르며 우리나라의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차 안에서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를 드라마로 제작한‘땀의 순교자, 탁덕 최양업’을 시청하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무직원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콧물 훌쩍거리는 소리가 메르스 공포와 합작이 되어 달리는 버스에서,“내려라!”하고 농담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웃음으로 간간이 조율해주었지만 그 마음들이 하나가 되어 드라마 속에 빠져있는 우리를 보았다. 오후가 되어 우리는 배론 성지에 도착하여 첫째 날 미사를 드렸다.
둘째 날, 문경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진안리성지, 마원성지를 둘러보았다. 성지 소개를 맡으신 문경성당 어르신의 눈물 섞인 해설이 우리를 더욱 가슴 뭉클하게 했다. 최양업 신부님이 걸으셨던 그 길들을 우리들이 걸어가고 있다 생각하니 초여름 햇살이 200년을 훨씬 거슬러 가 있는 듯했다. 최양업 신부님의 고단한 삶의 땀방울이 하느님의 인호처럼 새겨져 있는 축성된 산하가 함께 넘실거리고 있었다. 잠깐의 시련 앞에 망설이고 맘 졸이며 반신반의했던 나의 연약함이 물벼락을 맞은 듯했다. 그렇게 보배로운 우리 강산이 아파하고 힘든 시절도 있지만 신앙조상들의 기도로 물들어 있는 우리 땅은 곧 다시 싱싱한 성장을 시도할 거라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과 순응하며 묵묵한 걸음으로 문경새재를 오르내리신 신부님을 생각하며 그 걸음걸음의 12여 년 사목활동으로 우리는 200년을 넘게 먹고 마시며 숨쉬고 있다.
이번 성지순례는 온몸으로‘최양업 신부님 따라가기’를 하고 온 느낌이 든다. 많이 걸었고 매일 미사를 드리며, 온 산하가 성지임에 새삼 놀랐다. 산과 들이 어디 하나 순교자의 피로 물들지 않은 곳이 없고 신앙 선조들의 땀방울이 물에 씻겨 녹아내려 우리의 기운에 깃들어 있다.
우리는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며 피와 그리고“땀”의 의미를 알고 있다.
주님의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께서 흘리신 땀의 역사를 승화시켜주시어 성인품에 오르시도록 저희에게 기적의 단비를 내려주소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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