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2988호 2016.04.03. 4면 

[사회교리 아카데미] 과학기술의 발전과 공공성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상상 속 기술 실현되는 오늘
기술문명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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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영남)

3월 11일 아침 조간신문은 일제히 이세돌과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 소식을 전했다. 이세돌의 두 번째 패배를 놓고,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 경기라고도 하고, 이제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것인지 걱정하는 칼럼도 나왔다. 그러나 굳이 알파고의 이야기를 들먹이지는 않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은 과학기술문명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보는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로 말미암아 인류는 더 오래 살고, 더 풍족하게 살 것이라 믿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책과 결정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발전소에 대한 교회의 염려를 표명하는 것은 교회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고, 밀양이나 청도 등지의 시민들의 반대는 지역 이기주의이거나 보상금이나 더 받아내기 위한 얄팍한 수 정도로 폄하된다.

이러한 생각이 우리에겐 아주 익숙한 것이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사고방식을 기술 관료주의적 사고방식(technocratic paradigm)이라 부르고 있으며, 인간중심주의와 더불어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불러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찬미받으소서」 제3장) 실제로 과학기술 또는 더 넓은 의미에서 지식과 학문, 또 전문지식이라는 것은 사회문화적이고 정치경제적인 요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이 내적 논리로 이루어지는 초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의 자연과학의 역사는 과학기술이 다양한 사회적 영향을 받아서 형성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과학기술은 한 사회의 가치와 윤리, 자본과 노동의 관계 등에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점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기술의 산물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기술의 산물은 결국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특정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 기회들을 통제하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107항)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과학기술의 공공성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기업과 자본에 의해 연구 개발되고 상품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특허권과 지적재산권의 개념이 확산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학기술은 그 영향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과학기술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의 영역에서의 정책결정도 그 영향권 안에 있는 모든 사회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하다. 더욱이 오늘날 정부에서 추진하는 과학기술 연구와 정책은 그 재원을 시민들의 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은 또한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고자 합니다. 경제는 이윤을 목적으로 모든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며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악영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찬미받으소서」 109항)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통제, 많은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통제, 그리고 지구와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는 각성을 통한 영성적 통제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문명이 일정하게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물질적인 풍족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인류의 대다수, 특히 검은 대륙에서는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서도 해방되지 못했고, 굶주림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에 핵폭탄이나 핵폭발 등 수백 만의 목숨을 사라지게 하는 것도 과학기술문명의 진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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