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원 가는 길

가톨릭부산 2015.10.12 06:56 조회 수 : 95

호수 2205호 2013/03/03 
글쓴이 손성래 마태오 

신학원 가는 길

손성래 마태오 / 가야성당

지난 2010년 그해 겨울은 나에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2년 전부터 앓아 오던 궤양성 대장염으로 병원, 한의원 치료를 병행했으나 좀처럼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누운 채로 며칠간 굶기도 했으나 병은 악화되어 갔을 뿐이다.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하기도 하고, 나의 지나간 과거를 되짚어 보며 반성도 하고 주님께 용서도 청하였다. 자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신이야 누구나 왔다가 가는 것이지만, 영원히 살아야 할 나의 영혼은 어떻게 하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어느 날, 침대에 누워 ‘가톨릭부산’ 주보를 뒤적이다가 교구소식란에서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원생 모집’ 광고를 보았다. ‘혹시 저기에 가면 내게 필요한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겠는가?’ 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2011년 봄, 54세 나이로 그렇게 신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좀 늦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배움에 목말라 하는 70세에 가까운 형제님도 계셨다. 신학원 수업이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누구라도 열심히 강의만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신학과 철학의 강의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교수 신부님들의 열정적인 강의와 남녀노소가 함께 어우러진 신학원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강의실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수업 자체가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었으며, 신앙의 눈을 더 높이, 더 멀리, 더 깊이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험 대신 주어지는 리포트는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처음에는 다소 서먹했던 교우 간의 관계도 부서 간 매주 번갈아 하는 청소와 청소 후 식사를 통해 친밀한 사이로 변해갔고, 소풍, 피정, 엠티, 졸업여행으로 더욱 각별한 교우 관계를 맺게 되었다. 특히 대청소 후 뒷마당에서 베풀어진 바비큐 파티는 정말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하였다.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학기가 얼른 가고, 방학이 되면 새 학기가 기다려지고, 또 한 학기가 지나고, 벌써 졸업하게 되었다.

신학원을 다니는 동안 나는 본당 형님 소개로 병원을 옮긴 후 꾸준한 병원치료와 도보통학(일주일에 두세 번 한 시간 반가량 산길로 통학) 덕분인지 병도 거의 완치되었다. 지난 신학원 생활 2년은 정말 은총의 시간이었다.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함께 공부했던 신학원생들이 그립다.

‘시련을 통해 새 길을 열어 주신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사랑과 노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원장 신부님, 교수 신부님, 감사합니다.’ 이제 그저 받았으니 그저 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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