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14호 2011.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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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성희 마리안나 |
당신을 몰랐더라면...
내가 믿는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내가 지니고 있는 십자가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저는 버스로 출퇴근을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텅 빈 버스를 타는 게 소원일 정도로 버스는 늘 만원이지요.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날엔 잠깐이라도 자리에 앉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쩌다 빈자리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야속하게도 항상 노약자용 ‘노란 의자’이더군요. 주변에 노약자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정거장에서 타게 될 누군가를 생각해 웬만하면 비워두려 노력합니다만 정말 견딜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오거나, 다리가 아픈 날엔 자리를 차지하고 맙니다. 마음을 놓고 편히 쉬려는 순간, 나이 지긋한 분들이 버스에 오릅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외면합니다. 그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왼손에 낀 묵주반지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십자가가 보이지 않게 돌려버립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말입니다.
주변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십자가를 돌리고 있는 저를 보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겁하게 살고자 하는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혼내 주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향해 악한 말을 쏟아 내다가도 더 큰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거짓된 표현을 하기 전에 진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아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십자가, 바로 ‘주님’이구나.
생활성가 중에 이런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당신을 몰랐더라면 더욱 편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이지만, 당신을 알게 됨으로 얻은 자유 평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네.’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감에 있어 신앙이란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천주교 신자라는 것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저는 하느님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 살아가는 ‘신앙인’입니다. 제가 지닌 십자가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려 할 때마다 정신이 ‘번뜩!’ 들도록 저를 도와줍니다.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바라 볼 수 있게 이끌어 주는 내 십자가가 오늘따라 참 고맙게 보입니다.
오늘도 저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늘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고 전할 수 있는 훈훈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성희 마리안나 (안락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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