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주일

가톨릭부산 2017.12.13 10:34 조회 수 : 184

호수 2465호 2017.12.17 
글쓴이 김홍태 신부 

자선 주일

김홍태 신부 / 길천성당 주임

  오늘은 대림 제3주일이면서 동시에 자선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가리켜 빛으로 오시는 주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한 선구자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을 기다리면서 회개할 것을 촉구하였는데, 회개의 표시로“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도 그렇게 나누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루카 3,11∼12 참조) 회개의 진정성은‘자선’으로 나타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선’이란 무엇입니까? 남을 불쌍히 여겨 은혜를 베풀고 도와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사랑스럽고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자선은 한자로‘사랑할 慈, 착할 善’이라고 쓰는데 이 글자에는 어머니의 사랑, 도덕적 최고 단위의 가치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선을 베풀되 아까워하지 말며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라고 하십니다. 그러한 자선은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주며,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고 말씀하십니다.(토빗 4,7∼16; 12,9 참조)
  그런데 자선은 꼭 물질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깊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신앙을 불어넣는 것도 아주 훌륭한 자선입니다.
  언젠가 SBS에서 노숙자들에 대해 방영하는 걸 봤습니다. 영등포역과 서울역 주변엔 저녁때가 되자 여기저기서 남녀 노숙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 중에는 30대 초반도 있었고, 4∼50대도 수두룩했습니다. 뭘 하든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육체가 병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원적으로 마음이 병들었기 때문입니다.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아 일을 할 의지와 살아갈 낙을 스스로 놓아버린 것입니다. 마음의 병이란게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그들에게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최소한의 신앙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고 주님을 기다리며 힘을 내고 살았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여인이 자기의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어찌 가엾게 여기지 않으랴! 어미는 혹시 잊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하리라.”(이사 49,15)
  자선 주일이라 해서 돈 몇 푼 보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희망, 이런 신앙을 전해 주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