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64호 2017.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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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무거운 고통이 주어질 때 욥처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현실적이지 못한 말씀인 듯합니다. 참으면 복이 온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욥기를 1-2장만 읽으셨나 봅니다. 욥기 전체를 읽어 보면 욥은 고통을 참기만 했던 인물이 아닙니다. 욥은 자신이 왜 고통을 겪는지 알려달라고 하느님께 따졌던 인물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하느님을 만난 뒤에는 모든 고통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삶으로 나아가지요. 그런 욥을 보고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되돌려 주십니다. 이렇게 보니 참으면 복이 온다는 식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을 얻자고 일부로 고통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은 아닙니다. 실제 우리는 살면서 가급적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또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통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주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남에게 고통을 주고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한 가지 뿐입니다. 욥처럼 하느님 안에서 고통의 의미를 묻고,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욥기는 그렇게 하느님께 의탁하며 고통의 문제를 진중히 따져 묻는 이는 반드시 하느님 안에서 답을 얻으리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하느님에게서 답을 얻는 이는 자신에게 닥친 무거운 고통을 십자가로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 주실 것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그에게 부활을,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