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63호 2017.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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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솔직히 자녀들을 주일학교에도 보내고 신앙 교육도 시키고 싶지만, 당장 대학입시가 더 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도 가고 좋은 직장도 얻고 삶의 안정과 여유가 있을 때, 신앙을 찾아도 되지 않을까요?
권순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albkw93@hotmail.com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거리의 평범한 청소부로 살아가는 무술의 고수가 어느 소년에게 무술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소년이 매일 집에 오면 옷을 아무데나 던져 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음을 발견하고 소년에게 무술이 아닌 옷을 옷걸이에 거는 것만 반복적으로 먼저 익히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지는 법이 아니라 예를 통해 사람이 되는 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교목 신부님이 한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데, 한국이 무너지지 않고 지금껏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는 법을, 좋은 대학에 가는 법을,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법을, 돈 많이 버는 법을 먼저 가르치려고 하고, 사랑하는 법을, 자신의 욕망을 참고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법,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항상 뒷전입니다. 무엇을 먼저 가르치느냐는 바로 다양한 가치들 사이에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두느냐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주인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예수님을 기다리는 일을 항상 뒷전에 두는 사람들의 어두운 미래를 예언하십니다. 우리가 먼저 배우려고 안달인 지식들이 나중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입니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을 먼저 가르치십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나중에 다 얻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