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먼저 챙긴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는 준비이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 하신다. 극기 훈련인가? 무슨 뜻인가? 말씀따라 여행을 한번 떠나보자. 경험은 우리에게 그 답을 가르쳐 줄 것이다.
빈 몸으로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 뿐이다. 한나절만 지나도 배가 고프기 시작할 텐데, 날이 어두워지면 자야 할 텐데, 뙤약볕에 걸으면 땀과 냄새가 나고 비가 오면 젖어서 추울 텐데....아무 것도 없다. 몇 날이 될지 모르는 여행길이다.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도움을 받고 고마움도 느끼지만 천대와 멸시도 당할 것이다. 탈진을 하는 등 극한적인 어려움들도 만날 수 있다. 그러한 어려움을 인내하지 못하면 여행을 중도에 포기해야 한다. ‘견딜 만한가?’ 지극한 인내심이야 말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최고의 수행이다.
예수께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악령을 제어하는 능력을 우리에게 주시며 역경을 지혜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양식으로 삼아 경험하며 깨달음을 얻으라고 파견하신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나아가 자연 현상 속에서도 배움을 얻는다. 경험하고 인내하고, 깨닫고, 비로소 나누어 줄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행동한 오직 그만큼 이해하게 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
예수께서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말고 바로 그곳에서, 직시하여, 깨달으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이 번뇌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수행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기 때문에 지혜는 솟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달아나면 그것들은 어디까지고 쫓아온다. 번뇌가 두렵다고 달아나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서 다른 것들과 교류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경험하며 깨달으라. 인내하며 문제가 생겨난 그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 어려움에서 달아나지 말고 자신의 번뇌와 맞서고 지혜를 얻으라. ‘오직 그만큼’ 우리가 한 오직 그만큼 얻는다. 그래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아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털어버리라.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좋은 느낌이 사라지듯이 그것들도 사라진다.
스승은 바른 방향을 가르쳐줄 수 있을 뿐이다. 가르쳐주신 길을 걸어 열매를 따는 것은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