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받아라

가톨릭부산 2015.10.08 06:19 조회 수 : 146

호수 1995호 2009.05.31 
글쓴이 윤준원 신부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셨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이고 이제는 그 따르는 무리를 찾고 있을 것이다.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주님은 이런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위로하시고 평화를 주고자 하신다. 그런데 주님께서 주시려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 14, 27). 세상의 평화는 세상적인 것인 재물이나 명예나 권력에 의해서 주어지는 평화, 세상의 것에 의해 촛불처럼(?) 흔들리는 평화이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는 두고 가야 하는 평화이다. 그러나 주님께서 주시려는 평화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피를 통해서 이루어진 평화(콜로1, 20)이고,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가 하느님과 더불어 누리는 평화(로마 5, 1)이다. 예수님을 통해서 나의 모든 죄를 용서 받고, 내가 하느님 앞에서 새로운 인간이 됨으로써 갖는 평화이다.

이 평화와 함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파견하시고, 숨을 불어 넣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말씀은 주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심과 함께 성령의 도우심으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과 용기를 주신다는 의미이다. 지금 이 순간 제자들을 가장 두려워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승을 죽인 백성의 지도자들이 두려웠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닐까? 그들을 가르쳐 주시고 길러주신 스승, 그들 모두가 죽음까지도 함께 하겠다고 맹세했지만 도망친 그들이다. 그들의 배신과 나약함과 비굴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주님께서는 이런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숨을 불어넣어 새 인간이 되게 하시고(창세2, 7), 성령과 함께 용서를 하도록 이끌어 주신다. 제자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자신들과 모든 이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님께서는 이를 아시고 성령의 도우심에 의한 용서가 바로 제자들이 나아가야 할 참된 길임을 가르치고자 하시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고해성사도 여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해성사 때 그리스도로부터 파견 받은 사제에게 용서를 받는 것은 하나의 시작이다. 그 완성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나도 다른 사람을 용서함으로 이루어진다(마태 18, 35). 이렇게 고해성사가 이루어졌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고자 하셨던 참 평화가 나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