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74호 2016.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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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류명선 스테파노 |
성지가지를 바라보면서
류명선 스테파노 / 교구평협 기획분과장 bluestar218@hanmail.net
해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이하면 내 마음속으로 갖는 주님 수난의 의미가 또 다시 새로워진다. 성지가지를 들고 성전에 들어설 때마다 나 또한 연약한 인간임을 깨달으며, 내 못된 속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아 성전의 십자고상을 바라볼 적마다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만왕의 임금이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면서, 환호를 지르던 그 수많은 인간들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가장 악독한 사형수를 살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는 함성이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다. 그 장면을 연상해 보면 너무나 짐승만도 못하면서, 가장 부족하고 초라해 보이는 게 우리 인간이기에 내가 그 무엇이 잘 나서 그 어느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싶다. 그저 두 눈만 깜박거릴 뿐 금세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다. 우리는 흔히들 예수님을 본받는다고 하면서 갖은 봉사와 희생을 다 하지만, 그저 일회용 형식에 그쳐버리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금방 잊어버리기가 십상이다. 예수님이 겪었던 그 죽음을 향한 수난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우리 인간의 죄를 위하여, 아니 내 죄를 위하여 흘리신 그 핏자국은 아직도 붉은 빛으로 물들어 석양빛이 되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예수님의 거룩하신 죽음과 부활이라는 새 생명의 잉태로 인간은 죄 사함과 구원을 받았지만 성지 주일이 지나고 나면 다시 죄로 물들어 버리는 우리들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성지 주일에 받은 성지가지를 소중히 집으로 모시고 와서 십자고상에 고이 꽂아둔다.
날마다 성지가지를 바라보며 쉽게 잊어버리기 쉬운 주님 수난을 항상 묵상하면서 더욱더 주님께 다가가기 위해 날마다 지은 내 죄를 회개하고 있다. 주님이 걸어가신 그 가시밭길 같은‘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면서 나는“제 마음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하면서 기도한다.
믿음이 자라날수록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지고 항상 내 뒤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생각할 때마다“스테파노야, 무엇을 하든지 겸손해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옴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성지가지를 바라보면서 험한 세상에 고통에 빠져 있는 이웃들에게 진정 이웃이 되어 예수님의 참사랑을 전하며, 다시 우뚝 설 수 있는 부활의 새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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