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373호 2016.03.13 |
|---|---|
| 글쓴이 | 박주영 첼레스티노 |
성호경 단상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 본부장 park21@chosun.com
가끔 성체조배를 합니다. 세상을 잠시 꺼두고 조용히 앉아 묵상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무엇이 마음속에 흘러들곤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중학생인 딸 아이와 함께 남천성당 조배실을 찾았습니다. 이런저런 분심 속에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우리가 자주 염경하는 기도문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하는 성호경이 떠올랐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 조개껍데기로 바닷물을 퍼내는 거라 하셨으니 그 신비함의 끝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작은 조개껍데기 하나 만큼이라도 새로움이 느껴져 좋았습니다.‘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함께’아주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사도신경은 크게 세 단락으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전능하시고 천지의 창조주이신 성부, 성령으로 잉태되어 나시고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이루신 그 외아들 성자 예수님, 거룩하신 성령 등이지요. 천천히 성호를 그으면서 우리 신앙의 전체를 이룬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더 간절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성자, 예수님’이란 말에도 참 많은 것이 담겼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예전 수도자들은‘예수님’이란 한 마디로 기도를 했다는 얘기를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도 났습니다. 이 세 글자는 레지오 기도문의‘하느님, 외아드님이 삶과 죽음과 부활로써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을 마련해 주셨나이다’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사도신경에선‘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다 믿나이다’로 더 길게 기도합니다.‘예수님’은 때론‘그리스도의 생애’ 등 교회에서 공인한 한 권 혹은 여러 권의 책들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결국‘예수님’이란 세 글자의 말은 결국 마태오, 요한 등 4 복음서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흐름은 제 직업병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기도문의 뜻이 제 마음에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성호경을 그을 때도 그저 버릇처럼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천천히 하게 된 듯합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여섯 글자에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생각,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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