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458호 2017.10.29 |
|---|---|
| 글쓴이 | 김상진 요한 |
발로 바치는 기도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그동안 성지순례를 다니며 스탬프를 찍는 신자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발로 바치는 기도’인 성지순례를 관광상품화한 교회당국도 못마땅했다. 그래서 혼자서 성지순례를 다녀도 스탬프는 찍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책을 갖고 다니며 꼬박꼬박 스탬프를 찍고 있다. 계기는 지난 6월 서울 성산동성당 미사 참례였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참례한 미사에서 국내 성지 111곳을 모두 순례한 20여 명의 신자들이 강복장을 받는 것을 보게 됐다. 성지순례 완주자가 많다 보니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옥현진 시몬 주교님이 직접 미사를 주례하셨다.
옥주교님은 강론을 통해“두 차례 이상 성지순례 중인 신자들도 많고 여섯차례 완주한 가족도 있다.”며“많은 완주자들이 영적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39세 뇌병변 장애 아들과 일곱번째 순례 중인 인천 가좌동성당 김광식(요셉) 형제 이야기였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스탬프 찍는 성지순례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나름의 성지순례 원칙을 세웠다. 묵상을 위한 나홀로 순례, 불편을 받아들이기 위한 대중교통 이용, 성지에 대한 충분한 공부, 성지 미사참례와 고해성사 등이다.
그렇게 시작한 성지순례는 신심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세월 나는 나에게 잘못하고 상처 준 상대만 생각하며 그들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러나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면서 그분들이 당한 억울함을 생각하니 나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지순례를 할수록 나는 작아지고 낮아졌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크고 작은 죄들이 양심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고해성사를 봤다. 성지 분위기 때문에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내 죄를 직면하면서 그동안 과대포장하고 교만하기만 했던 신앙생활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고해성사로 내 영혼은 조금씩 세탁되는 것을 느꼈다. 스탬프 찍기는 성지순례의 시작이고 동기부여일 뿐이었다.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실린 111곳의 완주자는 책이 나온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6년간 2,356명이다.(『경향잡지』2017년 9월호)
언제쯤 저 완주자 숫자에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키는 순례를 계속할 참이다. 완주를 못 해도 좋다. 스탬프 숫자가 늘어날수록 겸손과 온유함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실 것이다.
한 곳의 순례를 마칠 때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떠오른다.“순례지는 교회 안에서 매우 상징적 가치를 지니며, 순례는 참다운 신앙고백이다.”‘순교자 성월’에만 반짝할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이어지는 성지순례를 생활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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