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바치는 기도

가톨릭부산 2017.10.25 11:46 조회 수 : 409

호수 2458호 2017.10.29 
글쓴이 김상진 요한 

발로 바치는 기도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그동안 성지순례를 다니며 스탬프를 찍는 신자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발로 바치는 기도’인 성지순례를 관광상품화한 교회당국도 못마땅했다. 그래서 혼자서 성지순례를 다녀도 스탬프는 찍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책을 갖고 다니며 꼬박꼬박 스탬프를 찍고 있다. 계기는 지난 6월 서울 성산동성당 미사 참례였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참례한 미사에서 국내 성지 111곳을 모두 순례한 20여 명의 신자들이 강복장을 받는 것을 보게 됐다. 성지순례 완주자가 많다 보니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옥현진 시몬 주교님이 직접 미사를 주례하셨다.
  옥주교님은 강론을 통해“두 차례 이상 성지순례 중인 신자들도 많고 여섯차례 완주한 가족도 있다.”며“많은 완주자들이 영적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39세 뇌병변 장애 아들과 일곱번째 순례 중인 인천 가좌동성당 김광식(요셉) 형제 이야기였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스탬프 찍는 성지순례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나름의 성지순례 원칙을 세웠다. 묵상을 위한 나홀로 순례, 불편을 받아들이기 위한 대중교통 이용, 성지에 대한 충분한 공부, 성지 미사참례와 고해성사 등이다. 
  그렇게 시작한 성지순례는 신심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세월 나는 나에게 잘못하고 상처 준 상대만 생각하며 그들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러나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면서 그분들이 당한 억울함을 생각하니 나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지순례를 할수록 나는 작아지고 낮아졌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크고 작은 죄들이 양심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고해성사를 봤다. 성지 분위기 때문에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내 죄를 직면하면서 그동안 과대포장하고 교만하기만 했던 신앙생활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고해성사로 내 영혼은 조금씩 세탁되는 것을 느꼈다. 스탬프 찍기는 성지순례의 시작이고 동기부여일 뿐이었다.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실린 111곳의 완주자는 책이 나온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6년간 2,356명이다.(『경향잡지』2017년 9월호)
  언제쯤 저 완주자 숫자에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키는 순례를 계속할 참이다. 완주를 못 해도 좋다. 스탬프 숫자가 늘어날수록 겸손과 온유함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실 것이다.
  한 곳의 순례를 마칠 때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떠오른다.“순례지는 교회 안에서 매우 상징적 가치를 지니며, 순례는 참다운 신앙고백이다.”‘순교자 성월’에만 반짝할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이어지는 성지순례를 생활화해보자.

호수 제목 글쓴이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2854호 2025. 1. 29  이 겨울의 시간 윤미순 데레사 
2853호 2025. 1. 26  우리가 사랑할 때 윤경일 아오스딩 
2852호 2025. 1. 19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file 한미현 에스텔 
2851호 2025. 1. 12  우리와 같으신 그분 강은희 헬레나 
2850호 2025. 1. 5  새 마음, 새 각오 원성현 스테파노 
2848호 2024. 12. 29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이준혁 사무엘 & 강선희 루치아 
2846호 2024. 12. 22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오지영 젬마 
2845호 2024. 12. 15  나의 신앙 일지 서현우 요셉 
2844호 2024. 12. 8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영훈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