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7. 9. 25.연중 제25주간 월요일(대리구미사)
① 에즈 1,1-6 ㉥ 루카 8,16-18.
 
별이 되신 임승필신부
 
!!, 오늘 대리구 미사에 오신 여러분에게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길 빕니다. 주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바로 그 등불처럼 우리가 당신 사랑의 빛을 비출 수 있도록 은총과 축복을 내려주시길 빕니다!
 
!!, 오늘 우리가 들은 루카8장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바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이요 빛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본래 빛이 아닙니다. 본래 빛은 부활하신 주님뿐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은 주님을 믿고 사랑할 때,, 우리가 주님과 일치할 때,, 주님의 빛이 우리를 통하여 세상을 비추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함을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등불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필립2,15은 우주적으로 표현하여,,, 우리에게 별처럼 빛나라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오늘 주님께서 등불이 되라고 하신 말씀과 필립비서가 말한 이 어두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라고 하신 말씀과 아주 닮은 한분이 떠오릅니다. 그분은 임승필 제주교구 신부님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임승필신부라는 이름도 오늘 처음 들을지 모릅니다. 임신부님은 우리가 매일 읽고 기도하고 있는 바로 그 새번역 신구약성경을 번역하신 분입니다. 신부님은 신구약 성경 번역의 총괄책임자였습니다. 신부님은 신구약성경 번역을 모두 끝내고 나서,, 2003년 3월 24일 53세라는 젊은 나이에 천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저는 임신부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과 저는 대신학교에서 같이 공부했습니다. 임신부님은 저는 나이는 동갑이었지만, 학년은 저보다 한 학년 윗반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성격은 유순했고 겸손했습니다. 얼마나 유순하고 겸손한지, 저는 신부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어떤 누구와도 한번도 다투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신부님은 공부도 잘 했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특히 테니스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1980년대에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신부님도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로마 성서대학에서 성경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임신부님은 공부를 끝내고 1987년 귀국하였습니다. 귀국한 뒤, 제주교구에서 잠깐 본당사목을 하고 난 다음, 1989년부터 2003년까지 14년동안 한국 주교회의의 요청에 따라 새 성경번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3년 초에 신약성경의 마지막 성경인 요한 묵시록을 번역을 끝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한국교회 독자적인 힘으로, 신구약성경이 완역되었습니다. 참으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고된 번역을 마치고 임신부님은 바로 병원에 갔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던 탓인지,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한 것입니다. 검사 결과는 위암 말기였습니다. 그 뒤 3개월 후에 임신부님은 천국으로 떠나셨습니다. 
 
천국으로 떠나가신 임신부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신 위대한 신앙인이요 착한 목자를 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등불이 되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불사른 것입니다. 임신부님은 새 성경번역을 하라는 주교들의 명에 그야말로 바보처럼 순명하였습니다. 아무리 성서를 전공했다 하여도 14년동안 성경만을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고, 또 피를 말리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제도 선뜻 성경을 번역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부님은 주교들의 명에 정말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기쁘게 순명하였습니다. 오로지 한국교회 신자들이 정확하고 좋은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했습니다. 임신부님은 참으로 14년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고독한 길을 걸어갔습니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오직 성경번역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성경번역을 끝내자 인자하신 주님께서는 임신부님을 천국으로 부르셨습니다.
 
임신부님이 이처럼 자기 생명을 바쳤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임신부님은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과 일치하여 우리에게 등불이 되신 것입니다.
 
!!, 빛자체이신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어두운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빛이 되셨습니다. 바로 부활입니다. 임승필신부님도 성경번역을 위해 당신을 온전히 희생함으로써,, 주님의 십자가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 오랜세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기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과 하나되어 매일 성경을 읽는 우리에게 등불이 되신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도 자녀들을 위해서 일생 희생함으로써 자녀들의 등불이 되지 않습니까??
 
이처럼 빛이 되고 등불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불태우고 희생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분들이 순교자들입니다. 순교자들을 보면,, 필립2장이 말하는 이 세상을 비추는 그야말로 별과 같습니다. 우리는 로마박해시대에 구체적으로 어떤 로마황제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2천년전에는 로마황제는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였고 순교자들은 대역죄인같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천년이 지난 지금... 그 시대 황제의 이름은 잊었지만,, 순교자들은 하늘의 별과 같이 불사불멸하면서, 우리를 비추어 주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믿음의 힘을 주고,, 주님께 대한 사랑의 불을 불붙혀 줍니다. 정말 그분들은 하늘의 별이요 우리의 등불입니다.
 
우리 한국의 순교자들도 우리의 별이요 등불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 사실 때,,, 그때 왕은 날아가는 참새도 떨어트리는 천하의 대권을 가졌고, 김대건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은 한낱 사학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2백년도 되지 않은... 지금 우리는 그 왕을 잘 모릅니다. 공부하면 알 수 있지만, 보통 신자들은 모릅니다. 그러나 김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은 마치 하늘의 별처럼, 어둔 밤의 등불처럼 우리를 지금도 매일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코지지 않는 태양처럼 우리를 끝없이 비추어 줄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등불이 되라고 하신 것은 우리가 빛이 되도록 우리자신을 끊어버리고 사랑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과 은총을 주실 뿐 아니라, 함께 하겠다는 뜻입니다. 주님이 함께 함으로써,, 우리가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어주라는 축복의 말씀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세상에서 우리는 주님의 등불이요 하늘의 별이지만,, 천국에서는 태양처럼 빛날 것입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3,43)
 
!!, 이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오늘 대리구 미사에 오신 여러분은 세상의 빛이요,, 등불입니다. 그리고 천국에서는 태양처럼 빛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를 세상의 빛으로, 천국의 태양으로 삼으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은총과 축복이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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