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72호 2016.0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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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가족들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 줄면서 대화도 점점 없어져 하숙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단란한 가족은 환상일 뿐인가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환상맞습니다. 실제로 그런 가정은 없습니다. 현실의 가정은 편하다고 맘대로 하는 통에 늘 작은 감정에 소용돌이치고, 뭔가 늘 모자라고 구질구질합니다. 그게 우리가 사는 가정의 진면목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인간의 삶 속으로, 그런 우리 가정 속으로 하느님께서 들어오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이 정말 복음인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런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서 거룩하게 축성해 주시기로 작정하셨다는 것이 제일 큽니다. 하느님의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다가선다면, 그 가정은 자연스레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이 됩니다. 내 마음을 하느님 마음으로 쓰는 일이 기도입니다. 가족 하나하나를 기도 속에서 기억하고 응원하는 작업이 가정을 거룩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을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나의 마음을 끌어다 가족들에게 옮겨놓아야 합니다. 내가 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처지를 받아들이려 해야 합니다. 내 뜻대로 가족을 움직이려 하지 않을 때 진짜 기도가 됩니다. 가족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인정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사랑방식입니다. 가족해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가정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교회임을 다시 되새길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