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과 나

가톨릭부산 2016.03.02 10:00 조회 수 : 283

호수 2372호 2016.03.06 
글쓴이 한윤식 신부 

‘작은아들’과 나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되찾은 아들의 비유’, 예수님의 이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작은아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다섯 가지로 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그는 아버지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아들이었습니다. 당시 율법과 전통에 따르면, 유산 상속이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는 살아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이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는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하기를 거부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몫으로 받은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챙긴 뒤 아버지 집을 뒤로하고 먼 고장으로 떠남으로써,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깨뜨리고 자기만의 자유와 행복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셋째, 그는 아들로서의 품위를 상실하고 비참한 상태로 추락한 이였습니다. 그는 아버지 없는 곳에서‘방종한 생활’로 재산을 허비하다가 이를 탕진해 버렸습니다. 곤궁에 허덕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부정한 짐승이라 여기는 돼지를 치는 일까지 해야 했지만, 그의 추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하여 돼지 먹이로 배를 채우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넷째, 그는 이렇게 추락한 상태에서‘제정신’을 차린 이였습니다. 절망하여 삶을 포기하기보다, 지난날 자신의 행동으로‘하늘과 아버지’께 범한 잘못을 뉘우치며,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끝으로 그는 아버지와‘화해’한 이였습니다. 멀리서 작은아들을 알아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던 그의 아버지는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춥니다. 이렇게 작은아들을 향한 용서와 화해를 온몸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아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반지를 끼워주고 신발을 신겨줌으로써 그를 자신의 온전한 아들로 받아들입니다. 당신 품으로 돌아온 아들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아들, 잃었다가 도로 찾은 아들로 여기며 한없이 기뻐합니다. 


  예수님의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작은아들의 이러한 다섯 가지 모습은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각자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좋은 거울이 됩니다. 지금 여러분은 작은아들의 어느 모습에 자리하고 있습니까?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 20) 우리 각자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우리 각자가 아버지에게 돌아가 용서와 화해의 은혜로운 시간을 갖는 복된 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14호 2026. 2. 17  “허리에 띠를 매고 깨어 있는 신앙” 김상균 신부 
2913호 2026. 2. 15  “말로 짓는 죄” 김상균 신부 
2912호 2026. 2. 8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file 장현우 신부 
2911호 2026. 2. 1  참된 행복이란 file 강지훈 신부 
2910호 2026. 1. 25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누구의 것인가? file 이재현 신부 
2909호 2026. 1. 18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file 김영훈 신부 
2908호 2026. 1. 11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 file 안형준 신부 
2907호 2026. 1. 4  하느님이 꾸신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 김태균 신부 
2906호 2026. 1. 1  우리의 해맞이, 달맞이 file 이요한 신부 
2905호 2025. 12. 28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가족 file 이요한 신부 
2904호 2025. 12. 2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ㄱ 참조) 신호철 주교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