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51호 2017.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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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영훈 신부 |
살충제와 원전, 그리고 원죄
이영훈 알렉산델 신부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뉴스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친환경 사육장 달걀과 닭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그 살충제가 맹독이라 40년 전부터 사용이 금지된‘DDT’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약 40년 전‘과수원’이었을 때 사용했던‘DDT’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던 겁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선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염된 땅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간 행위가 재앙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죄에 대한 벌이라 할까요?
우리 교구에는 가동 준비 단계에 있는 것을 포함하면 총 7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논쟁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모두 9개의 원전(2017년 기준 27개 중)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방사능의 치명적인 위험성으로 볼 때, 최고 수준의 관리와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원전 관련 비리와 불량 부속품 사용, 그리고 크고 작은 사고 발생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영구 정지된 원전을 폐쇄한다 하더라도,“처리가 불가능한 영구적 쓰레기”(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105항)인‘핵폐기물’을 과연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DDT의 독성에도 불안해하는데,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는 시간 동안 방사능 공포를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지… 회복 불능의 생태계를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지 못할 짐으로 떠맡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 때에는 부디 터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수백, 수천 년 동안‘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3년 한국천주교회는『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통해‘핵’은“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그에 반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이며 완성인 하느님의 창조 역사와 구원 역사를 부정한다.”(122항)며‘탈핵’을 교회 가르침으로 공식화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교회는 이 가르침에 따라 끊임없이 노후화된 원전 폐쇄와 원전 건설 중지, 그리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환을 요구하였습니다.
교회는 인간 죽음이 아담이 지은 죄,‘원죄’에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칩니다. 인간 이성의 한계와 탐욕의 산물인 DDT는‘원죄’가 되어 지금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과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전과 핵폐기물, 그리고 수백, 수천 년 동안 사라지질 않을 방사능은 어떠할까요? 미래 세대에게‘공포-죽음’이 될 수 있는‘원죄’를 우리가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원죄는 아담의 탐욕과 함께,‘자기행동에 대한 책임 회피’에서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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