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71호 2016.02.28 
글쓴이 변미정 모니카 

사람아,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변미정 모니카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삼 년 전 시어머님이 대장암 판정을 받으셨다. 이미 팔십 세를 바라보는 나이라 주위에서는 수술은 무리라며 말리는 분도 계셨지만, 다행스럽게 대장과 전이된 간 부분 절제수술을 끝내고 8개월 동안의 항암 치료과정도 비교적 잘 견뎌내셨다. 그런데 작년 봄 갑작스러운 뇌경색과 콩팥기능의 저하로 대학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거쳐, 요양병원 생활을 하신 지가 벌써 10개월째이다. 그러다 이번 설 전에 허리통증을 호소하셔서 큰 병원으로 옮겨 검사해보니 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대소변 보는 것은 물론 일어나 앉는 것도 힘든 터라 삼시세끼를 숟가락으로 떠먹여 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13년 기준 국내에서 남자는 기대수명인 78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8%, 여자가 기대수명 85세까지 살 경우는 35%라고 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것이고, 암이 아닌 다른 질병도 생각한다면 대부분 노년의 삶에서 질병을 피할 수 없다. 유행하는 가요‘백세인생’처럼“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며,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전해라~” 하면 좋겠지만, 시어머님의 상황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으로 병원의 신세를 져야 하고 가족이나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노년의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10년 가까이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사회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 삶의 질, 품위 있는 죽음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주위의 환경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 아픈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받을 수 없다면? 움직이기 어려운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입원해야 하는데 간병해줄 사람이 없다면? 이렇듯 우리가 받아들여 할 죽음의 과정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로 들이닥친다. 누구도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이미 개인과 사회의 재앙이 되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재의 수요일 축복된 재를 이마에 받으며 사순 시기를 시작했다. 예수님이 받아들여야 했던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평범한 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며 회개를 하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지만, 흙으로 다시 돌아갈 우리들을 위해 이 사회가 또한 교회와 개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회개하고 생각해보는 사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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