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48호 2017.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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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주영 첼레스티노 |
레지오 마리애 기도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 park21@chosun.com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레지오 주회는 이 기도로 시작됩니다. 직장 퇴근 후 헐레벌떡 주회에 참석하는 날이 많은 저는 시작기도 중반쯤을 지나 묵주기도를 바칠 때면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오곤 합니다. 때론 하품도 나와 급히 손으로 막거나 저절로 위아래로 끄덕대는 고개의 동작에 화들짝 놀라 움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먼동이 트이듯 나타나고,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며…”하고‘까떼나’를 바칠 쯤이면 머리와 마음이 차츰 맑아진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주회 때도 그랬습니다. 이러는 와중에‘성모님은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교회의 한 전승에 따르면 성모님께선 18살에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18살의 소녀가‘어마무시한’알림을 겁 없이, 흔쾌히 받아들이셨다는 거지요.
“내 영혼이 +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라고 노래하시며 말입니다. 물론 하느님의 안배에 의해 이뤄진 신비로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알량한 이성의 작동, 계산은‘본인의 삶, 미래가 걸린 일인데 18세 소녀가 그렇게 하기 쉬운 건 아니었을 것’이라는 좀 엉뚱한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어‘사람은 이성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감성도 있고 심성, 영성도 있다. 이성으론 이해, 납득되진 않지만 심성과 감성, 영성이 어우러져 이뤄진 신비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우린 성모님을 통해 이성을 넘어서는 감성, 심성, 영성을 배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번뜩임이 왔습니다. 동양의 성리학에서도‘주리설(主理說)’,‘주기설(主氣說) ’이 논쟁을 했습니다. 성모님을 보면서 인간은‘주리’와‘주기’가 합해진, 아니 그걸 넘어서는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총아인‘AI(인공지능)’는 이성만으로 볼 때 인간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 확대돼갈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시대의 도래에 불안을 느껴왔습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선 이날 저의 불안을 해소할 실마리를 주셨습니다.
“…이 튼튼한 믿음을 통하여 삶의 십자가와 노고와 실패 속에서도 평온하고 꿋꿋하게 나아가렵니다….”이렇게‘마침기도’를 할 때쯤이면 제 생기는 되살아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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